‘12·3 비상계엄’ 사태를 겨냥한 검경의 수사 칼날이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담았다. 경찰도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검경이 내란의 최고 정점으로 모두 윤 대통령을 지목하는 만큼 구속·체포 등 강제수사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국방부·군 등을 거쳐 검경 수사의 종착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1일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압수수색 명단에는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국회경비대도 포함됐다.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과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3곳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착수한 후 처음이다. 다만 특수단 소속 김근만 안보수사 1과장 등 18명이 이날 오전 11시 45분께 용산 대통령실 서문에 도착했지만 경호처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수 시간 대치를 이어갔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위해 경호처에 책임자 면담을 요청하는 등 항의했으나 출입 등록 절차 미완료 등 이유로 교착 상태가 계속됐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3시 49분께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14만 경찰 조직의 수뇌부 2명이 동시에 긴급체포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다.
경찰이 대통령실 등 압수수색에 착수하기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안이 중요한 데다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게 법원이 밝힌 발부 사유다. 전담 수사 조직을 구성한 지 단 일주일 만에 핵심 인물에 대한 구속 수사에 착수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사정의 칼날을 드리울 첫 단추 끼우기에 성공한 셈이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장관을 구속 이후 처음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전날 동부구치소에서 구속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자살을 시도했다가 보호실에 수용됐다.
동시에 ‘속도전’에 나서고 있는 검찰·경찰·공수처 수사의 공통점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최고 정점을 윤 대통령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라고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실상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란을 실행에 옮겼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경찰도 대통령 집무실과 국무회의실·경호처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에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 윤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는 국회 질의에 “상황이 되면 긴급체포 또는 체포 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란 수괴는 영장 없이 긴급체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형법 제87(내란)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폭동을 일으킨 자는 △우두머리 △모의·참여·지휘 △부화수행(다른 사람 주장에 따라 행동) 및 단순 가담 등으로 나눠 처벌한다. 이들 사정 기관이 윤 대통령을 처벌 대상 가운데 최고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금고가 가능한 우두머리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군·경찰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인력을 보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가 ‘국헌 문란’ 부분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형법 제91조에서는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그 기능을 소멸하거나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 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하거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 문란으로 규정한다. 검찰도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는 것을 권능 행사로 본 판례에 따라 비상계엄 사태가 국헌 문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막을 내리기는 했으나 이 사이 국회·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내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게 국헌 문란에 포함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날 검찰이 특수전사령부를 압수수색하고 김세운 특수작전항공단장을 소환 조사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 작전에 투입된 제707특수임무단·제1공수특전여단은 특전사령부 소속이다. 특수작전항공단은 비상계엄 때 707특수임무단을 국회로 수송했다. 경찰도 같은 날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3일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경기도 과천의 선관위 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 등에 경찰을 배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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