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는 취지로 당국에 보고했다는 야당 측 주장에 대해 주한미국대사관이 사실이 아니라고 이례적으로 반박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11일 대사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외교 대화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지만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언론에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의 발언이라고 주장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언급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이다.
김 의원은 이날 외통위에서 골드버그 대사가 계엄 당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이 연락이 닿지 않아 ‘윤석열 정부 사람들하고 상종을 못 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6일 중요 5개국 주한대사들이 만나 만약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으로 있으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포함해 국제 정상회담 전체를 보이콧하겠다고 결정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국과 호주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외통위 회의에서는 계엄 사태 여파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공백으로 한미동맹은 물론 외환·수출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통위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사실상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지금 공백”이라며 “미국이 한미동맹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외환시장과 수출시장에 빨간불을 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각국은 물밑 접촉을 하기 위해 외교적 역량을 다 발휘하고 있는 시점이지만 우리는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나 우크라이나까지 한국에 대한 여행자제 권고를 내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계엄 사태에 대한 외교부와 통일부의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과 외교·통일부 고위 인사들은 이날 회의에 불참해 야당 의원들의 성토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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