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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패싱’에 합동참모본부 뿔났다? 아니요 “감사합니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계엄사령관을 육참총장에게 내줘 불쾌

결국 “패싱 덕분에 비난의 화살 비껴나”

위헌적 계엄령서 자유로워 표정관리 中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 6일 서울 용산구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취임 직후 첫 공실일정으로 '전군 주요직위자 화상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실상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 5일 전인 지난달 28일 북한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원점 타격’을 지시했고 이를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거부하자 “개념 없는 놈, 쟤 빼’라며 폭언했다는 주장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야당의 주장으로 김 전 장관은 북측이 올해 들어 32번째로 오물 풍선을 날린 지난달 28일 합참 전투통제실로 내려가 김 의장에게 ‘북에서 오물 풍선이 날아오면 경고 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의장이 “이제까지 국방부 대응 원칙과 다르다. 원점 타격은 잘못하면 국지전으로 갈 수 있다. 민간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하자 김 전 장관이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의 김 합참의장에게 대한 욕설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기에 못마땅한 대표적 사례라며, 이를 계기로 군령권을 가진 군 서열 1위인 김 합참의장이 아닌 군 병력을 지휘하는 권한도 없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는 이유가 됐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합참의 ‘계엄 패싱’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계엄사령관 임명까지만 놓고 보면 합참의장 입장에서는 군 서열 아래인 육군참모총장에게 자리를 빼앗겨 기분이 나쁘고 불쾌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인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계엄 선언 후 계엄군의 진입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시했고 철수 명령도 지시했다”고 답변한 이후 김 전 장관 지시로 계엄 지휘관 3인방(수도방위사령부·특수전사령부·국군방첩사령부)이 위헌·불법적 비상계엄 사태에 동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박 육참총장은 “비상계엄을 윤석열 대통령의 심야 발표 이후에야 알았다”며 “(계엄군을) 투입한 것도 몰랐다. 내가 명령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역시 김 전 장관이 계엄사령관인 자신에게 전달해 계엄과 깊이 관여하지 않다고 강변했다.

합동참모본부 청사 전경. 연합뉴스


하지만 박 육참총장은 지난10일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회의에서 계엄 선포 당일 오후 4시쯤 현안 토의를 위해 김 전 장관과 둘 사람이 만났던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이 때문에 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계엄군 투입 등 비상계엄 전반에 대해 협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박 육참총장은 출국금지 조치됐고 내란에 공조했다는 이유로 고발돼 검찰과 경찰 등의 소환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계엄사령관은 사령부를 구성해 밑으로 기획조정실·치안처·작전처·정보처·법무처·보도처·동원처·구호처 및 행정처와 비서실을 비롯해 합동수사본부 두고 모든 행정권 및 사법권을 갖고 기본권조차 제한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인데 이제는 사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반면 합참은 패싱 덕분에 모든 비난의 화살에 비껴나면서 내부적으로 웃고 있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게다가 김 전 장관과 김 합참의장 간 있었다는 욕설 의혹에 대해 해명을 내놓으며 장관을 챙기듯 했다.

지난 9일 합참은 출입기자단에 문자 공지를 통해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개념없다, 빼라’는 말을 들은 바 없다”며 욕설은 없었고, “북 오물 쓰레기 풍선 살포 관련 국지전을 유도하기 위한 김용현 전 장관의 원전 타격지시는 없다”며 해명했다. 이는 북풍을 유도해 계엄 명분을 만들려고 했다는 야당의 의혹에 김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며 방어해주는 모양새의 연출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계엄 지휘관 3인방이 모두 김 전 장관의 지시였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 달리 합참의장은 부하로서 상관인 김 전 장관을 위하는 뉘앙스도 보였다.

무엇보다 계엄 지휘관 3인방이 속한 수방사, 특전사, 방첩사 주요 보직자들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불려 나가거나 검찰과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인데 반해 합참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김 합참의장을 중심으로 평소처럼 차분하게 대비태세 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여유로운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합참은 12·3 비상계엄 해제 계엄 과정의 진위가 하나하나 사실이 확인되면서 처음에는 육사 출신 국방부 장관에 의해 해사 출신 합참의장이 패싱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매우 불쾌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상황이 반전되면서 육사 출신 장관·육군참모총장 등 육군의 주요 보직자들이 수사 대상으로 지목되자 합참 내부에서는 불쾌감이 사라지고 감사해서 표정관리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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