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의 개입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종전이 복잡해졌지만 협상을 통해 전쟁을 조기에 종식하겠다”며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잘 지낸다”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으로 한국의 리더십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트럼프 2기발(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외교가 본격화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한국 패싱’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는 12일(현지 시간) 시사 주간지 ‘타임’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종전과 관련해 “나는 합의에 도달하고 싶고, 합의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나는 김정은을 안다. 나는 아마 그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집권 1기 때처럼 북미 정상 간 ‘톱다운’ 외교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셈으로, 정치적 혼란에 빠진 한국이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날 “트럼프는 지도자 간 개인적 유대 관계가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면서 “현재의 한국 상황이 여름 혹은 그 이상까지 갈 수도 있는데 이는 매우 나쁜 시나리오”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취임 첫 100일이 아닌 첫 100시간에 주한미군·관세·반도체법 등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많은 정책이 쏟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내에서는 탄핵 정국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주도권 장악으로 이어지면서 그간의 한미 동맹 및 한미일 공조 강화 기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에 덜 의존하려 하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야당 지도자의 부각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외교 성과를 흐리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리더십 위기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맞물리면서 대외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미 동맹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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