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을 예고한 14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공덕역에는 여의도와 광화문, 한남동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하려는 인파들로 지하철이 와도 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붐볐다. 탄핵 관련 집회를 예상하지 못한 나들이객은 크게 당황했고, 일부는 취소하고 집에 돌아가는 데도 애를 먹었다.
표결을 예고한 오후 4시가 임박한 오후 1시부터 지하철은 여의도를 무정차 통과했고, 너무 많은 인파가 타면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여의도를 향하는 열차도 연이어 지연됐다. 양 방향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하거나 지연된다는 방송까지 뒤엉켜 역 내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했다. 지하철을 타지 못한 시위 참가자들은 걸어서 마포대교와 서강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향하면서 인도와 다리 위는 인파로 가득했다.
공덕역에서 만난 한 40대 후반의 시민은 “여의도에서 모임을 잡았는데 여의도에 들어가지도 못할 것 같아 취소하고 돌아가려는 길"이라면서 “지하철이고 버스도 탈 수가 없어 집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포역 근처에서 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한 70대 시민은 “더 이상 밖에 나오면 안될 것 같다”면서 “열차 안에 시위 인파가 꽉 차있고 분위기가 엄중하다보니 더더욱 탈 수 없었다”면서 ”언론에서는 시위에 20대가 많이 참여하면서 밝아졌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낀 세대인 30~40대의 분노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 모인 시위 인파는 경찰 추산 25만 명 이상에 달한다.
탄핵 관련 시위가 정점에 달하면서 식당과 배달앱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외식은커녕 배달도 줄었고, 배달하러 가는 길도 막혔기 때문이다. 탄핵이 가결된 이날 밤 9시께 서울 잠실역 인근 일식집은 이날 손님이 뜸할 것으로 보고 평소 새벽 1시까지 하던 영업을 서둘러 접었다.
이날 광화문 근처에서 만난 한 배달 근로자는 “광화문 여의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배달 콜이 안 나온다면서 “오늘은 망한 것 같다. 간신히 잡은 배달도 길이 다 막혀서 엄청 돌아 가야 하는데 배달료를 안올려주는 배민·쿠팡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패션업계는 뒤늦게 찾아온 추위에 단가가 높은 외투 판매를 기대했다가 탄핵 정국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패션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간절기 상품 판매 부진을 만회해야할 시기"라면서 "하지만 정국이 불안정해지면서 백화점이나 쇼핑몰 중심 오프라인 판매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업계는 이미 연말 할인 행사를 마친 중저가 의류보다는 가격대가 높은 럭셔리 제품의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탄핵에 영향을 받거나 아예 받지 않는 상반된 모습도 보였다. 이날 공항철도 열차에는 연말을 맞아 해외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캐리어를 싣고 있었고, 저녁 이태원에 있는 일부 술집에는 젊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탄핵이 가결되면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고는 하지만 일부 해외 기업은 여전히 불안감을 갖고 있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계엄령 당시에는 서울에 출장온 직원들에게 긴급 대피 지시까지 있었다”면서 “현재도 24시간 비상 연락 체제를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일부 외국계 기업은 서울 출장 금지령이 내렸고, 여행 관련 해외 플랫폼에서는 추천 관광지에서 서울이 빠지기도 했다./생활산업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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