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내년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여야 잠룡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주하는 ‘1강다(多)약’ 구도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인 만큼 잠룡들의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안 인용을 전제로 21대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인물은 단연 이 대표다. 이 대표는 8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하며 ‘이재명 2기 체제’를 구축, 당내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현재 민주당 의원 대부분도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으로 채워져 있다.
이날 국정협의체 구성 어젠다를 띄운 이 대표는 연일 경제계·종교계·노동계와 잇달아 회담하며 사실상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10일 뉴스1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적합한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7%가 이 대표를 지목할 정도였다. 2위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7%에 불과했고 나머지 인물들도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4.4%다.
야권에서 이 대표를 견제할 인물들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총리 등 ‘신(新)삼김’이 꼽힌다. 만약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경우 빈틈을 비집고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올 초부터 호남 조직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지사는 12·3 계엄 사태 이후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의 핵심 법안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등에 반대하며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친문(친문재인) 적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는 독일 유학 중 계엄 사태가 터지자 즉각 귀국했다. 1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숨 가쁜 행보다. 그는 탄핵안 가결 이후 “이제는 대한민국의 ‘새 판 짜기’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총리도 당내 현안에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을 검토한 것에 대해 “하책”이라고 혹평하며 수권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핸디캡’을 안은 여당은 고심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분당 사태가 트라우마로 남은 만큼 당내 헤게모니 장악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라서다. 가장 활발히 목소리를 내는 인물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전날 탄핵안 가결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려 7건의 메시지를 냈다. 그는 한 대표를 겨냥해 줄곧 “사라져라”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한 대표를 비롯한 탄핵 찬성파들을 몰아낸 뒤 단일 대오로 탄핵 정국을 풀어가자는 주장이다.
앞서 탄핵 찬성 의견을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당은 이 일로 분열하지 말고 다시 뭉쳐 일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조기 대선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정국 흐름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제3지대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대선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은 전날 “내년 1월 말 이전에 탄핵 결과가 나오면 (대선에) 못 나가고, 2월에 탄핵 결과가 나오면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년 3월 31일이 지나야 만 40세가 돼 대선 출마가 가능해지는 탓이다. 지난 총선 패배 이후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낙연 전 새미래민주당(옛 새로운미래) 대표는 SNS를 통해 “윤석열 이후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가 더욱 본질적인 문제”라며 정치권 복귀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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