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두 번째 시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데에는 역설적으로 12명에 달하는 여당 내 이탈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미 탄핵에 공개 찬성 의사를 밝힌 7명에 더해 표결 당일 추가로 5명의 여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결 정족수(200명)를 가까스로 넘길 수 있었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거듭된 ‘탄핵 찬성’ 독려에도 이탈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사실상 당내 지지를 얻는데 실패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두 번째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포함한 범야권 192명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할 경우 여당 의원 108명 중 12명이 탄핵에 찬성한 셈이다. 표결에 앞서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김재섭·한지아·진종오 의원 등 7명이 그대로 찬성표를 던졌다는 전제 아래 추가로 5명이 탄핵 부결 당론을 무릅쓰고 이탈표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 표결 참여와 찬반 당론 변경 등을 논의한 결과 표결은 참여하되 ‘탄핵 부결’ 당론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자진사퇴를 거부한 채 불법 비상계엄에 대한 황당한 해명을 늘어놓은 윤 대통령의 12일 대국민 담화가 탄핵 여론에 기름을 부으며 여당 내 이탈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기권과 무효표를 던진 11명도 탄핵 반대표에 포함되진 않지만 탄핵안 가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이탈표로 보기는 무리다. 실제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표결 전 의원총회에서 “당론에 맞춰 반대표를 던져달라”면서도 “정 입장이 곤란하면 기권이나 무효표라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당내 20여명의 친한계 의원 중 한 대표의 탄핵 찬성 주장에 적극 호응한 것은 절반 수준에 그쳤던 셈이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62명의 이탈표가 나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이날 무효표 8표 중 3표는 투표용지에 한글로 ‘기권’을 적은 경우였다. 또 ‘가’와 ‘부’를 합쳐 쓰거나 ‘가’를 쓴 뒤 옆에 큰 점을 그려 넣은 경우, 식별할 수 없는 한자를 쓴 경우 등도 무효표로 분류됐다. 투표용지에 아무것도 적지 않은 3표는 기권표로 분류됐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친상을 당한 와중에도 국회 본회의장에 남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표결을 마치고 급히 병원으로 이동했지만 부친의 임종을 지키진 못했다. 민주당은 당내 의원들에게 표정관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감표위원을 맡았던 민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의 탄핵안 가결 발표 직전까지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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