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주요 외신들은 비상계엄 시도가 윤 대통령의 '치명적 오판'이었다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한국 대통령은 어떻게 자신의 몰락을 결정지었나'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품위 있는 퇴진'을 거부하고 비상계엄이라는 도박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7일 첫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후 여당이 질서 있는 퇴진을 전제로 국정 수습을 시도했으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며 강경 노선을 택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이 매체는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인사들도 나름의 논란을 안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자신의 행동"이라며 "계엄 도박이 결국 야당이 오랜 기간 탄핵을 위해 찾아온 '스모킹건'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의 임기가 끊임없는 시위와 정치적 교착상태로 점철됐으며, 이번 탄핵은 가장 극적인 예상 밖 전개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윤 대통령이 깊이 분열된 국가를 통치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서도 보수 기반에만 호소하는 선택을 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주요 외신들은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이 윤 대통령 임기 내내 가장 큰 정치적 부담이었다고 지적했다. 명품 가방 수수와 국정·인사 개입 의혹 등이 정권 위기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과, 한덕수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야당의 책임론을 들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BBC는 한 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 계엄 관련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권한대행 체제의 불안정성을 시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정치제도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견제 역할이 강화된 의회 체계나 대통령 중임제 도입 등이 권력 분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대부분의 대통령이 부패 등 스캔들에 휘말렸으나,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해 내란 혐의를 받은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특수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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