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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응원봉' 다음의 정치

도혜원 정치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촉구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응원봉과 손피켓을 들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런 예쁜 걸 들고 시위에 나온다니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

지난주 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둔 국회 주변은 긴장감이 강추위를 잊게 할 만큼 고조됐다. 무거운 분위기를 그나마 바꿔준 건 국회 담장 밖 ‘응원봉’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자녀가 가져다 준 아이돌그룹 응원봉을 손에 들고 ‘신기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탄핵 집회의 상징이 된 응원봉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특별 성명과 우원식 국회의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발언에도 등장할 만큼 주목을 받았다.

정치권을 놀라게 한 응원봉 집회를 주도한 건 2030 여성이다. 탄핵 집회에서 이들은 민주당과 한목소리를 냈지만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위해서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정치색을 알 수 없는 다양한 깃발과 응원봉 색깔이 이를 증명한다.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일색이 아닌 게 “훨씬 보기 좋다”고 평했다.

탄핵안 가결 후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권이 응원봉의 출현을 그저 ‘신기한 현상’으로 치부하고 마는 것이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나 2022년 3월 20대 대선에서도 청년의 정치 참여는 늘 ‘새로움’으로 호명됐다. 청년들이 정치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과 대책은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여야 모두 선거철이면 ‘청년 챙기기’에 나서다 선거가 끝나면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도 익숙하다.



국회의원들이 주목해야 할 건 응원봉 뒤에 있다. 시위대가 들고나온 깃발에는 장애인, 청소년, 물가 안정, 노동권 등 각기 다른 구호가 적혔고 연단에 오른 이들은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외쳤다.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가 단순히 ‘대통령 탄핵’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여성계의 오랜 요구 사항인 교제폭력방지법이나 여야가 뜻을 모았던 위기청년지원법, 예금자보호법 개정 등은 걸핏하면 후순위로 밀려 멈춰서 있다.

광장을 채운 시민들이 새로운 정치를 통해 기대하는 건 민생을 돌보며 누구도 억압하지 않는 권력이다. 국회 앞 시민들의 질타를 받은 여당, 응원을 받은 야당 모두 귀담아야 할 목소리다. 행정부 수장의 직무가 정지되며 많은 과제를 떠안은 국회는 국정 정상화에 힘을 모으는 한편 그간 제쳐뒀던 법안 처리에 힘써야 한다. 응원봉이 아닌 응원봉을 쥔 국민의 절절한 목소리에 정치가 응답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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