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민의힘에 자신이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 참여를 재차 촉구했다. 국정 전반에 대한 논의가 부담스러우면 주제를 경제·민생 분야로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잇따라 경제·외교 메시지를 발신한 이 대표의 대선 주자로서 행보가 더욱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안정협의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동의하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도 좋으니 꼭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러우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 구성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의 광폭 행보는 외교 분야로도 이어졌다. 그는 이날 최고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를 북한 담당 특별임무대사로 지명한 것을 두고 “미국 차기 정부가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특사 지명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며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여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모으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집권을 대비한 외교 및 대북 정책 기조를 미리 제시한 셈이다.
이 대표는 또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인사들을 만나 “지금의 혼란은 대한민국에 투자할 기회,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주장했다. 12·3 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으로 중단된 경제계와 ‘상법 개정 토론회’도 19일 개최를 목표로 대한상공회의소 측과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대표가 연일 정국 주도권을 쥐려 하자 국민의힘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전날 이 대표의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을 거절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이 대표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제안에 “대단히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권 대표 대행은 “3월이든 6월이든 예산 조정 필요성이 있을 때 추경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며 정부를 단속했다.
한편 이 대표는 권 권한대행을 18일 처음 만나기로 해 두 사람간 회동에서 국정협의체나 추경 논의 등이 진전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권 대행이 국민의힘 임시 선장을 맡아 이 대표를 예방하는 형식이어서 정국 현안을 둘러싼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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