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군이 격전지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의 교전 중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하고 북한군 고위급 인사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미국의 압박에 러시아는 핵무기 배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참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미 당국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교전 및 사상자 발생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더 대변인은 북한군 사상자 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면서도 북한군이 지난주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됐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북한군이 러시아 부대에 통합됐으며 주로 보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에 개입된 북한군 고위급 인사 등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며 압박에 나섰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에 금융·군사 지원을 한 개인 9명과 단체 7곳을 제재했으며 국무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제재 대상 3곳을 추가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 파병 북한군 총책임자로 알려진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과 리창호 정찰총국장이 포함됐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 1만 1000명을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북한 병력들은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로 투입돼 러시아군의 탈환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군과 러시아군으로 편성된 부대의 전사자가 200명에 달한다며 드론으로 촬영한 북한군 전사자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전사한 북한 군인들의 피해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불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의 얼굴이 담긴 관련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러시아가 북한군 주둔을 비밀로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훈련을 받는 중에도 얼굴을 드러내는 것조차 금지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압박에 러시아는 핵무기 배치를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르게이 카라카예프 러시아 전략미사일군 사령관은 이날 자국 국방부 기관지 크라스나야 즈베즈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정권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전 세계에 없다”며 경고했다.
한편 미 CNBC 방송은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 중앙은행이 20일 기준금리를 21%에서 23%로 2%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은 9%대까지 치솟으면서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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