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손 전 회장의 처남과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첫 재판이 17일 열렸지만 약 50분 만에 끝났다.
피고인 측이 검찰의 거부로 증거 기록 등에 대한 열람 및 등사가 이뤄지지 못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항의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이날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손 전 회장의 처남 김모(67)씨와 우리은행 전 본부장 임 모(58) 씨, 전 부행장 성 모(60) 씨 등 총 3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김씨 측 변호인은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및 횡령, 사문서위조 등 본인에 적용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21년부터 우리은행 신도림금융센터 지점(당시 본부장 임씨) 등에서 본인이 실소유주인 A 기업 명의로 기업 운전자금 수십억 원을 대출한 뒤 이 중 일부를 본인의 부동산 매매대금이나 본인 소유 B 법인의 대출 원리금 변제에 쓰는 등 임의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2022년 매매가를 부풀린 허위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작성, 우리은행에 제출해 A사 명의로 실제 매매가보다 부풀린 75억 상당의 건물을 사는 것처럼 속여 대출금 수십억 원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이밖에 검찰은 김씨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라는 점을 이용해 주변에 대출을 알선해 주고 그 대가로 억대 수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알선 수재 등 혐의는 기존 사건에 미처 병합되지 못해 다음 기일부터 다루기로 했다.
이날 김씨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횡령의 경우 대출금을 목적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혐의가 성립될 수 없고, 사문서위조(부동산 계약서 관련)와 관련해서도 매도인과 서로 통정 후 실제 가격과 다른 금액을 기재했기 때문에 위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씨 외에 임씨, 성씨 등 2명은 모두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검찰 측에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관련 증거열람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앞서 김씨는 9월, 임씨는 10월, 성씨는 지난달 구속기소된 상태다. 김씨의 경우 1심 최대 구속기간(6개월)의 절반이 지났는데 첫 재판에서 피고인측의 공소사실 인부 및 증거 채택 동의조차 받지 못한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9월 24일에 처음 기소했고, (사건 접수 이후) 3개월이 다 돼가는데 (피고인) 구속기간 동안 무엇을 하라고 열람 등사를 안 해줬느냐"면서 "오로지 수사 편의만을 위한 것이라 재판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 앞으로는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비판하고 검찰 측의 신속한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구속기소 된 이후 증거 기록을 열람하지 못해 방어권 행사에 큰 제약이 있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해 보석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 기일은 증거 열람 등사 기간 등을 반영해 내년 2월 11일로 정해졌다. 해당 재판에서 본격적으로 이들의 부당대출 관여 여부가 다뤄질 전망이다. 수개월이 남은 만큼 손 전 회장이 그 전에 불구속기소 될 경우 사건이 병합돼 함께 법정에 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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