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로 인한 주민 건강문제 등을 이유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증설 사업을 불허한 하남시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국전력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인 반면 하남시는 법적 대응을 이어간다고 밝혀 양 측의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최근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안 불허가 부당하다는 한전의 청구를 인용 결정했다. 재결서가 송달되지 않아 정확한 인용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전이 주장해 온 안정적인 국가전력망 구축과 산업 시설 전력 공급 등이 상당 부분 받아 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행심위의 결정은 행정소송과 달리 단심제로 운용되고, 구속력이 발생해 이번 인용결정에 따라 하남시는 지체 없이 결정의 취지에 따라 처분해야 한다.
앞서 하남시는 지난 8월 전자파의 유해성과 도시 미관 및 소음 문제, 주민수용성 부족으로, 건축법상 공공복리 증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전이 신청한 동서울 변전소 증설 관련 인허가 4건을 모두 불허했다. 특히 감일지구 주민과 환경단체는 동서울변전소가 증설되면, 시설 규모가 10배 규모로 넓어지고 전력설비 또한 3.5배 증가해 환경 피해가 가중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키우며 하남시를 압박했다.
한전은 하남시의 인허가 불허로 전력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2027년까지 사업을 마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9월 6일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경기도 행심위가 이를 인용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와 증설 사업의 재추진이 가능해졌다.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와 설비 증설 사업은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건설의 일환이다. 한전은 6996억 원을 들여 하남시 감일동 일대 연면적 6만 4570㎡ 규모의 변전소를 2026년까지 옥내화하고 HVDC 변환 설비를 증설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이뤄지지 않으면 원전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 발전소에서 생산한 값 싼 전기를 하남시를 비롯한 수도권으로 공급하는 동해안-수도권 송전로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한전 관계자는 “주민의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주민수용성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하남시와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적기에 전력공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현재 하남시장은 “국가 계획이라는 이유로 한전이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입지를 선정하고, 추진한 사업에 대해 경기도 행심위가 행정심판 청구 인용 결정을 내린 것에 깊은 유감”이라며 “추후 재결서를 송달받는 대로 패소 원인 및 재결 사유를 상세히 분석해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안을 찾을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비상대책위 등 시민단체도 거세게 반발해 추가적인 분쟁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경기행심위의 결정은 환경권 보장과 국가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의무를 강조한 헌재의 취지와 배치된다”며 “이번 결정은 행정심판의 본래 취지인 국민의 권익 보호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경제적 논리와 사업 편의성을 앞세워 국민의 기본을 후퇴시킨 결정인 만큼 하남시가 행정소송과 헌법소송 등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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