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10년간 북미 지역에서 인공지능(AI) 전력 수요 급증으로 심각한 전력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재생에너지 의존이 큰 유럽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전기료가 치솟고 있다.
17일(현지 사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북미전력신뢰성공사(NERC)는 ‘2024 장기 신뢰성 평가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간 전력 소비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석탄 화력발전소는 폐쇄되면서 미국과 캐나다 전력망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면서 “전력 부족으로 수요가 많은 기간에는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NERC는 향후 10년 여름철의 최대 전력 수요가 132GW(기가와트)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는 80GW 증가를 추정했던 지난해보다 65%나 늘어난 것이다. 겨울철 최대 수요량도 149GW로 예상돼 지난해 전망치(92GW)보다 크게 증가했다. 반면 공급은 발전소 폐쇄 등으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NERC가 추정하는 향후 10년간 폐쇄 예정인 화석연료 발전소 규모는 115GW에 이른다. FT는 “AI의 엄청난 전력 수요가 허약한 전력망을 압도할 위기”라면서 “일부 지역은 이르면 내년에 잠재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서부 지역 최대 유틸리티 기업 PG&E에 150억 달러 규모의 저금리 대출을 집행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부의 대출 프로그램 사무소(LPO)가 집행하는 대출 중 최대 규모다. 11월 미 대선 이후 재생에너지 자금 지원을 서두르는 LPO가 이번에 ‘역대급’ 자금 집행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PG&E는 해당 자금을 수력발전 인프라 개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한편 유럽에서는 전기료가 급등해 우려를 낳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독일에서 이달 11일 오후 5~6시 전기 거래 가격이 1MWh(메가와트시) 당 936유로까지 치솟았다. 9일 평균 거래 가격 대비 10배나 높은 수준이다. 태양과 바람이 없는 고요한 날씨로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공급이 달리며 전력 가격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재생에너지는 탈탄소화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비중이 커질수록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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