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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근무일수 조건 둔 상여도 통상임금"…노조 줄소송 예고

[대법원發 통상임금 폭탄]

◆ 11년만에 판례 뒤집은 대법

법근거 없는 고정성으로 판단 안돼

근로 대가라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화생명·현대차 근로자 손 들어줘

'성과급은 여전히 해당 안돼' 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발언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대법원이 19일 통상임금에 대한 기준과 범위를 11년 만에 바꾸면서 국내 근로자들의 임금체계와 기업의 경영 활동에 많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대법이 조건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판단한 이유는 그간 통상임금의 주요 요건이었던 ‘고정성’ 개념을 폐기한 데 있다. 고정성은 업무 성과와 무관하게 근로에 따라 지급되는 대가다. 기존 판례는 별도의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하는 임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조건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2013년 종전 판례가 뒤집히면서 앞으로 정기적인 근로에 따른 대가는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현대차와 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임금 소송 상고심 판결에서 모두 근로자 승소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해당 기준을 폐기하는 것으로 판례도 변경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령상 근거 없는 고정성 개념에 통상임금 판단이 좌우돼 통상임금성이 쉽게 부정됐다”며 “통상임금 범위가 부당하게 축소되고 연장근로에 대해 법이 정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설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 판결에서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했으나 조건부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당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근로자가 받는 각종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를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 3가지 기준으로 정리했다.



즉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성 △모든 근로자나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주는 일률성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고정성 등 3가지 요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당시 대법원은 재직 조건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등 조건에 따라 지급되는 급여는 고정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도 기준 기간 내 재직 중이거나 15일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한화생명보험을 상대로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심 재판부는 15일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주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적 근거가 없는 고정성으로 통상임금을 판단할 수 없다고 짚었다. 통상임금의 정의 규정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등에도 고정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이어 “통상임금은 법적 개념이자 강행적 개념이므로 법령의 정의에 충실하면서도 당사자가 이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사측이 특정한 조건을 만족할 때만 정기 상여금을 주는 규정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해당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요지다.

대법원은 고정성 개념이 통상임금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해 연장 및 야간 근무에 상응하는 근로기준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짚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억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해야 하지만 고정성 개념은 오히려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11년 만에 조건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도 새롭게 정립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제공되는 대가”라며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즉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이므로 조건부 정기 상여금 지급 조건에 재직 조건을 부가하더라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다만 성과급은 이전과 같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성과급은 일정한 업무 성과나 평가 결과를 충족해야만 지급되므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 판결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본질에 부합한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통상임금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하게 판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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