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 당국의 소환에 당분간 불응할 것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19일 “(윤 대통령은) 체포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면서 “시민과 충돌하면 안 된다”는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데다 변호인단 구성 절차를 이유로 공수처에 나가 조사를 받는 것은 당장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실과 관저로 오는 수사기관과 헌법재판소의 각종 우편물을 받지 않은 것도 시간 끌기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의 대리인 격인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 출석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에는) 절차적 단계가 있다. 때가 되고 필요하게 되면 할 것”이라고 조만간 공수처에 나와 조사를 받는 단계는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윤 대통령 측의 변호인 선임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석 변호사는 “변호인단에 들어오고 싶다는 인사들이 있지만 현재 수임하는 사건 등 업무를 중단해야 하는 사정들이 있어 아직 변호인단이 꾸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사건 전반을 이첩받은 공수처는 조만간 윤 대통령 측에 소환장을 보낼 예정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 측에 15일까지 검찰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변호인단 선임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차례 출석을 거부했다.
이 밖에 대통령 경호처도 윤 대통령 관저로 배달된 탄핵 심판 관련 서류와 공수처 출석 요구 우편물을 며칠째 받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수사·재판 지연 전략’을 실제 실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관련 서류 수취도 사실상 세 차례나 거부했는데 헌재는 ‘송달 간주’ 여부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결정한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이날 “서류 간주 여부 등에 대해 23일 정기 브리핑 때 헌재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에 따르면 우편을 통해 송달한 16일 결재 서류는 대통령실과 관저에서 각각 ‘수취인 부재’ ‘경호처 수취 거절’로 미배달돼 반송됐다. 헌재는 해당 서류들을 관저로 재발송한 상태다. 계엄 포고령 1호와 계엄 당시 국무위원 회의록 제출 요청을 담은 준비 명령서도 이날 재발송됐다. 헌재 직원들은 서류를 인편으로 직접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경호처 직원에게 수취 거부를 당했다. 이 공보관은 “피청구인 대통령에게 서류 교부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것은 만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석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받는 내란 등 주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후) 체포라는 용어를 쓴 적 없다”며 “시민과 충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최근 군 수뇌부 구속에 대해) 어떤 지휘관이 앞으로 명령을 따르겠냐”며 군 수뇌부의 강도 높은 수사에 대해 비판한 사실도 말했다.
그는 “제가 들은 바로는 체포하면 도대체 어디에다 데려놓겠다는 건지 앞뒤를 생각해달라고 했다”며 최근 수사 상황에서 나오는 주요 요인을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직후 “절대 시민들과 충돌하면 안 된다”고 군경에 지시했다는 것도 전했다. 또 그는 “국회가 그만두라고 그만두는 내란이라는 게 있냐”며 윤 대통령의 혐의인 내란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군 수뇌부의 잇단 구속에 “앞으로 군인이 명령을 따르겠냐”며 명령을 받고 행한 군 수뇌부들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하는 검경을 비판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경찰의 '정치인 체포조' 의혹과 관련해 이날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특수본은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실과 영등포경찰서, 국방부 조사본부(국조본)에 대해 압수수색을 해 우 국수본부장과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강상문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어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국방부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국수본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국수본은 "엄정한 수사를 공조수사본부까지 꾸린 상황에서 참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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