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여야가 이미 합의한 임시 예산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연방정부가 또다시 셧다운(업무정지) 위기에 직면했다. 트럼프가 ‘예산안에 반대하라’며 공화당 의원들까지 압박하고 나서자 취임 전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과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18일(현지 시간) 오후 공동 성명을 내고 “공화당은 반드시 현명하고 강해져야 한다”면서 “만약 민주당이 원하는 모든 것을 받지 못할 경우 정부를 셧다운하겠다고 위협하면 ‘할 테면 해보라’고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여야는 예산 처리 시한(20일)을 앞두고 내년 3월 14일을 기한으로 하는 추가 임시예산안(CR)에 합의했다. 이 예산안에는 재난 구호 기금과 3월 붕괴한 볼티모어 항구 다리 복구 비용, 하원 정보 공개 차단 등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 강경파들은 ‘하원 정보 공개 차단’이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민주당이 주도한 특위 활동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도 “이 예산안은 부패한 1·6 특위의 기록을 숨기는 것을 더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민주당 퍼주기 없이 부채 한도 증액을 결합한 임시 예산안만 수용할 수 있다”면서 “그 외의 것은 미국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화당 의원들이 저지른 가장 멍청하고 무능한 일은 미국이 2025년에 부채 한도에 도달하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부채 한도는 미 연방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인데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안에 부채 상한선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시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차기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경쟁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민주당은 트럼프 당선인이 사실상 셧다운을 지시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하원 공화당원들은 정부를 셧다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면서 “초당적 합의를 깨면 그에 따른 후과도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회가 20일까지 임시 예산 처리에 실패하면 21일부터 정부는 부분적으로 셧다운될 수 있다.
트럼프는 미 의회는 물론 주요 우방국에도 메시지를 내놓으며 전 세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앞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 캐나다 정치판을 뒤흔든 트럼프는 이날도 “많은 캐나다인들은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CNN은 “트럼프의 시선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쏠려 있지만 취임 이후 다른 ‘불공정한 무역 관계’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프랑스·독일·한국 등 정쟁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의 정부들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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