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파병된 북한군들의 전사자 시신 처리에 관해 언급한 가운데, 생존한 북한 병사 100여명이 러시아의 한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1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이보케이션 인포는 "쿠르스크 지역 피로고프 거리의 한 병원에서 찍은 부상당한 북한군 영상"이라며 독점 공개했다. 이들은 영상과 함께 병원 몇개 층이 북한군 부상병들을 위해 할당됐으며. 입원한 부상병들에게는 식사가 제공된다고 주장했다.
팔에 깁스를 차거나 발을 심하게 절뚝이는 동양인 남성들 포착
이들이 공개한 영상에는 한쪽 팔을 주머니에 넣고, 바지 한쪽을 걷어 올린 채 복도를 지나는 동양인 남성의 모습이 담겼다. 남성은 다소 걷기 불편한 듯 신발을 끌면서 걸어갔다.
이보다 부상 정도가 심해 보이는 사람들도 보였다. 여러 명이 줄지어 걸어오는 사람들 중 심하게 발을 절뚝이거나 팔에 깁스를 한 동양인 남성들을 볼 수 있었다. 동영상에서는 "열라고" 등 북한말이 선명하게 들렸다.
다섯 개의 침대가 놓인 방에 동양인 남성들만 누워 있는 모습의 사진도 같이 첨부됐다.
매체는 "러시아가 적절한 훈련과 지원 없이 북한군을 최전선으로 보내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병원은 여느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표적이 아니지만, 우연히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음식에 쥐약이나 독극물이 포함되어 있던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북한군 추정 영상 공개... "전사자 얼굴까지 소각"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병사들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전사자의 얼굴까지 소각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17일(현지 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영상에는 산속에서 사체로 추정되는 물체의 일부분에 불이 붙어 있고, 다른 사람으로 추정되는 실루엣이 곁에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북한 병사들이 죽은 뒤에도 얼굴을 감추려 하고 있다"는 영어 자막이 달렸다.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동양인이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향해 "노, 노"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고는 자리를 피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 속 인물들이 나누는 러시아어 대화 내용은 "마스크를 쓰라고 해", "여기 있는 것 아무도 몰라" 등이라는 설명과 함께 영어 자막으로 실렸다.
이 밖에 우크라이나 방어선에 배치된 북한군이라며 병사 한 명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모습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영상을 근거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방어선 공격에 북한군이 투입된 사실만이 아니라 그로 인한 병력 손실까지 은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군은 훈련받을 때에도 얼굴을 노출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며 "또한 우리와 전투를 마친 뒤에는 전사한 북한 병사의 얼굴을 말 그대로 불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러시아에 만연한 인간성의 말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평화와 러시아에 대한 책임 추궁을 통해 이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6일,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였으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참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미 당국이 북한군의 교전 및 사상자 발생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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