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인 고(故) 전두환 씨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서울 연희동 자택의 명의자인 배우자 이순자 씨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의 변론 절차가 3년 만에 마무리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계기로 전 씨의 12·12 군사 반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판결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김진영 부장판사)는 20일 대한민국이 이 씨 등 11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에 대한 변론 절차를 종결하고 선고 기일을 내년 2월 7일로 확정했다.
검찰은 이 씨 명의로 된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전 씨의 옛 비서관인 이택수 씨 명의로 된 정원의 소유권을 전 씨 앞으로 이전한 뒤 추징하기 위해 2021년 10월 12일 25억 6000만 원 가액의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연희동 본채는 전 씨의 차명 재산이므로 명의 등기 자체가 무효이며 이를 실소유자였던 전 씨 앞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피고인이 많은 관계로 소장 송달이 늦어지면서 재판도 지체됐고 결국 3년여가 지나서야 1심 판결을 앞두게 됐다.
재판은 가까스로 진행됐지만 추징금 환수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소를 제기한 지 약 한 달 만인 2021년 11월 23일 전 씨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실제 앞선 두 차례 변론에서 양측은 사망자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해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을지를 두고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은 전 씨가 사망하기 전에 소를 제기한 만큼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본 반면 이 씨 측 변호인은 “법의 기본 원칙은 사망한 사람에게는 권리가 없다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1996년 대법원에서 반란 수괴 및 내란 수괴 혐의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2년 만에 석방된 그는 호화 생활을 즐기다가 922억 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은 채 사망했다. 전 씨의 오산 땅 매각 대금 55억 원이 4년여간의 법정 다툼 끝에 올해 초 국고로 환수되면서 미납금은 867억 원으로 줄었지만 전 씨가 사망한 만큼 이번 건이 사실상 마지막 추징금이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전이나 채권·채무 등과 달리 벌금이나 추징금은 상속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망 후에도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두환 추징 3법’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올해 5월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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