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집권 자유당의 연합 정부 파트너였던 진보 성향의 신민주당(NDP)이 20일(현지 시간) 정부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하면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사퇴 위기에 놓였다. 고물가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정부에 대한 인기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동맹들마저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어 총리 사퇴와 조기 총선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프랑스와 독일이 내각 붕괴에 따른 극심한 리더십 공백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도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2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자그미트 싱 캐나다 신민주당 대표는 20일 X(옛 트위터) 계정에 내년 1월 27일 시작하는 다음 회기에 정부 불신임안을 공식 제출해 투표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 대표는 “신민주당은 이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투표할 것이며 캐나다인들에게 그들을 위해 일할 정부를 선출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썼다. 트뤼도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 내년 1월 불신임 투표가 열린다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집권 자유당은 2021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2022년부터 제3야당인 신민주당과 연정을 해왔다. 하지만 신민주당은 자유당이 기업 친화 정책을 펼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올 9월 자유당과의 연정을 철회했다. 이어 10월 제1야당인 보수당은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등 총리 퇴진에 앞장섰다. 이때만 해도 총리 편에 섰던 제2야당 블록퀘벡당이 최근 등을 돌렸고 이날 신민주당 역시 공식적으로 불신임에 동의한 것이다.
고물가·고실업 등으로 국민 지지율이 19%까지 떨어진 상황도 총리의 퇴진을 위협한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로 불리는 등 조롱을 당하고 동맹이었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트뤼도 총리의 경제정책을 공식적으로 비판하며 16일 전격 사퇴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년간 집권하며 전성기 시절 ‘록스타’ 못지않게 인기가 높았던 트뤼도 총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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