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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연주로 활력, 행복 누리는 액티브시니어들…‘꽃중년 밴드 페스티벌’ 가보니

금천50+센터, ‘제1회 꽃중년 밴드 페스티벌’ 성료

40~69세 중장년 초보 연주자들, 갈고닦은 실력 뽐내

“음악활동이 젊은날 열정 환기…성취감, 사회공헌도”

‘제1회 꽃중년 밴드 페스티벌’에 기타, 카혼으로 이루어진 팀이 합주하고 있다. 강해연 기자




“찡 하는 마음이야 뭐라고 말 못 해도 찡 하는 마음이야 괜시리 설레는 것~.”

지난 14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뮤지컬센터 3층의 공연장. 무대 위에서 중년의 남성 한 명과 여성 세 명이 김만수의 ‘푸른 시절’을 불렀다. 여러 개의 조명이 통기타를 안고 줄을 튕기며 열창하는 이들을 붉고 푸르게 물들였다. 약 200석 규모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플래시를 켠 휴대전화를 손으로 들고 박자에 맞춰 양쪽으로 흔들었다. 객석 한 쪽에서는 작은 현수막도 펄럭였다.

7080 라이브 카페 같던 분위기는 다음 연주자의 등장으로 일순간에 바뀌었다. 어깨를 드러낸 검은 의상을 입은 여성이 강렬한 드럼 사운드에 맞춰 레이디 가가의 ‘배드 로맨스(Bad Romance)’를 연주한 것. 힘차게 드럼 스틱을 휘두르자 연주자의 긴 머리칼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관객들은 마치 록페스티벌에 온 것처럼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연주가 끝나고 등장한 사회자는 “이분이 올해 예순이 되셨답니다. 40대라고 해도 믿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제1회 꽃중년 밴드 페스티벌’ 참가자가 레이디 가가의 ‘Bad romance’에 맞춰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강해연 기자


이날 공연은 금천50플러스센터가 주최한 ‘제1회 꽃중년 밴드 페스티벌’의 일환이었다. 드럼이나 기타, 색소폰 등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40~69세 중장년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 총 55팀이 지원했는데, 그 중 기타 6팀, 드럼 7팀, 색소폰 5팀 등 총 18팀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행사를 기획한 금천50플러스센터의 김미성 센터장은 “연주를 잘하는 분들은 이미 무대에 설 기회를 많이 가졌을 테니, 초보더라도 열정이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선발했다”며 “막 밴드를 시작하는 중장년의 활동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페스티벌 상금도 ‘활동 장려금’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금천50플러스센터의 음악 행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부터 2개월에 한번 꼴로 센터 1층의 카페에서는 ‘낭만콘서트’를 열어왔다. 평일에 열리는 데도 30~40석에 이르는 자리는 언제나 만석이라 보조의자까지 비치해야 할 정도라고. 이번 꽃중년 밴드 페스티벌은 낭만콘서트의 연장선인 셈이다.



‘기타 5060 밴드’가 ‘푸른 시절’을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다. 강해연 기자


약 3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이들은 무대에서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뽐냈다. 앞서 김만수의 ‘푸른 시절’을 부른 이들은 ‘기타 5060 밴드’다. 금천50플러스센터의 ‘꽃중년 프로젝트’에서 기타를 배우던 박상범(67) 씨와 강영임(66) 씨, 주활란(63) 씨, 전미경(59) 씨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밴드의 리더 박 씨는 “70을 바라보고 있지만 마음만은 푸른 청춘이다. 푸른 꽃중년을 살고 싶은 마음에 이 노래를 골랐다”며 “어떤 악기로든 음악으로 노후를 채우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금천구로 이사 온 지 4년째인 전업주부다. 그는 “치매를 예방하려는 생각으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새 친구를 사귀고 낯선 동네에 적응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제1회 꽃중년 밴드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이종만(왼쪽 두 번째) 씨가 김미성 금천50플러스센터장, 지인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강해연 기자


밴드 페스티벌인 만큼 평가도 공정하게 진행됐다. 가수 노익희 씨와 기타 강사 박영호 씨, 드럼 강사 유재옥 씨가 심사를 맡았다. 평가 기준은 열정과 예술성, 무대 매너, 태도 및 호응도의 4개 항목이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노 씨는 “제가 생각하는 음악의 3대 요소는 음정, 박자, 감정인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며 “무대에서 느껴지는 즐거움과 행복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18팀의 무대가 끝난 뒤, 대상은 색소폰을 연주한 이종만(70) 씨에게 돌아갔다. 그는 “앞으로 더 열심히 음악활동을 하라는 것으로 알고 활동 장려금은 제가 함께하는 평강 색소폰 동호회 분들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드럼을 연주한 이원미 씨와 장미순 씨가 금상을, 신혜승 씨(드럼)와 손아름 씨(드럼), 김정근 씨(색소폰)가 은상을 각각 받았다. 나머지 참가 팀은 장려상을 수상했다.

‘제1회 꽃중년 밴드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강해연 기자


금천50플러스센터는 꽃중년 밴드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할 생각이다. 음악이 중장년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김 센터장은 “낭만이 있는 시대를 살았던 5060세대들은 음악에 관한 열정도 강한 편”이라며 “중장년의 음악 활동은 용기와 에너지가 넘쳤던 젊은 시절의 마음가짐을 환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활동이 단순한 자기만족을 넘어 사회 공헌 활동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생각도 있다. 김 센터장은 “재능기부를 하면서 사회에 공헌하면서 ‘인생 2막’의 활력을 찾은 분들도 많다”며 “앞으로도 중장년들이 제2의 인생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많은 중장년들이 음악을 통해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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