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초연 이후 세계적 성악가들이 총출동해 과거의 야외 오페라 붐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페라 ‘어게인 투란도트 2024’가 개막 첫 날부터 전례 없는 파행을 보였다. 향후 열흘 간의 공연의 흥행도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22일 투란도트가 개막한 서울 코엑스 D홀.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들이 착석할 시간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티켓을 수령하지 못한 상태지만 공연은 예정시간인 7시 30분을 넘겨 시작됐다.티켓을 발권하지 못한 이들 사이에서 창구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며 불만이 오갔다.
많은 이들이 티켓 발권에 문제를 겪은 데는 예매했을 때 온라인 예매 플랫폼으로 봤던 좌석 배치도와 실제 공연장의 좌석 배치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유는 제작사가 개막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객석의 배치도를 변경하면서 좌석 규모가 6800석 규모에서 4000석 밑으로 줄었다. 좌석을 줄이는 가운데 상당수 예매 관객의 지정 좌석이 사라졌는데 이를 미리 설명하지 않은 채 현장 기획사 부스에서 ‘좌석 업그레이드’를 통해 조치하기로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인원이 많지 않은 기획사 부스에 초대권을 받으려는 인파와 인터넷 예매 사이트 부스에서 티켓을 수령했지만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아야 하는 인원들이 대거 몰렸다. 박현준 총예술감독은 “빈 자리가 많아 보일 수 있어 객석을 보다 무대 가까이 옮기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파행이 개막일 첫날의 소동으로 끝나고 해결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어지는 공연은 23일 월요일 공연으로 전날 개막 인파에 비해서는 관객 수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루 사이에 공연을 정상화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게 공연계의 분석이다. 이날 투란도트 사무국 측은 공연 정상화 대책에 대해서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관객들에게 전화를 돌려서라도 해결할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좌석 배치 문제 뿐만 아니라 공연 연출이 하차하는 소동도 터졌다 애초 투란도트 연출을 맡기로 한 다비데 리버모어는 개막 당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에서 공연할 ‘어게인 투란도트’ 프로덕션의 예술적 결과물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며 “나의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투란도트' 공연 개막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하차를 선언한 것.
그는 "제작진과 연출가 사이의 건설적인 대립은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러한 협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는 협력이 아닌 비전문적인 아마추어 수준의 권위주의적 강요였다"고 주장했다.
결별의 이유로 밝힌 부분은 “제작진은 장이머우 감독의 공연 무대 동선을 복사하도록 강요받았으며, 이는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러한 결정들이 자신이 그간 이탈리아 등에서 선보여온 연출 수준과 원래의 기획 의도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현준 총예술감독이 합의된 계약상의 지급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에 '2024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는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박현준 감독은 여러 차례 2003년 상암 투란도트 버전으로 준비하기를 요구했으나, 그들은 제작진의 의도를 듣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투란도트를 연출하려고 했다"며 "제작진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인데 상식에서 굉장히 벗어난 행동을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이어 "(리버모어는) 연출에 관해 단 한마디도 도움을 준 것이 없다"며 "무대 준비가 한창인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개런티를 요구해 박현준 감독이 불가 입장을 밝혔다. 들어줄 수 없는 협박성 발언도 해 형사적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투란도트'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자코모 푸치니의 대표 작품이다. 박 감독은 2003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이를 공연해 '야외 오페라 붐'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21년 전 공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목표로 올해 '세계 3대 테너'로 꼽히는 플라시도 도밍고, 세계적인 테너이자 지휘자인 호세 쿠라 등을 기용해 공연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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