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택 공급 절벽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구원 투수로 나서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HUG의 PF보증 규모는 6조 2119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10월 이후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자금 조달 움직임이 빨라진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7조 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HUG의 PF보증은 사업계획승인 또는 건축허가를 받은 주택사업장(임대주택 포함)이 대상이다. HUG는 분양을 통해 유입되는 미래 현금수입과 사업성을 담보로 시행사가 대출받는 토지비 등 사업비에 대한 원리금 상환을 보증한다.
당초 대출한도는 전체 사업비의 50%에 그쳤지만 정부가 지난해 9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민간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PF대출 보증을 확대하면서 전체 사업비의 70%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PF대출 한도도 HUG는 10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주택금융공사(HF)는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확대했다.
사업 초기 단계인 PF 사업장들은 대개 시공사의 보증에 기대 자금을 조달한다. 사업 주체인 시행사들의 자본 여력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인건비와 자잿값 등 공사비가 치솟으며 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대부분의 건설사가 사업 수주와 신용 공여에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금융기관 역시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무보증 사업장에는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이 가운데 부동산 경기까지 꺾이며 많은 시행사가 보유 토지를 매각하거나 낙찰받은 공공택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반환하는 등 신규 주택 건설을 잇달아 포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1만 864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8만 2471가구) 대비 22.6% 줄어든 상태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1군 시공사 참여 없이는 사실상 PF자금 확보가 어려운 시장인데 그나마 HUG가 PF 보증 심사 기준을 낮추고 한도를 늘려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숨통이 트였다”고 전했다.
다만 HUG가 내년에도 이 같은 전방위 지원을 이어가려면 건전성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천문학적인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돼버린 전세보증보험 때문이다. HUG의 전세보증 사고액 규모는 올해 11월 기준 4조 2600억 원을 기록 중이다.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총 5조 원이 넘는 현금 및 현물 출자를 지원하고 최근 HUG가 신종자본증권 7000억 원어치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으나 이 상태가 이어지면 내년께 다시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HUG는 올해 전세사기가 발생한 주택을 사들여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확대하면서 대위변제 회수율을 높여 가는 등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구안을 이행 중이다. HUG 관계자는 “전세보증 요율을 현실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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