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2028년부터 1.4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생산에 나선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기술 장벽을 더 끌어올려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TSMC는 2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2025 북미 테크 콘퍼런스' 행사를 열고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케빈 장 수석부사장은 "A14(1.4나노)는 완전한 노드 전환 기반의 차세대 첨단 실리콘 기술"이라며 "N2(2나노 공정) 대비 속도는 최대 15% 빠르고, 전력 소비는 30% 줄어들며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1.23배 향상된다"고 말했다.
TSMC는 트랜지스터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세대를 기반으로, 나노플렉스 프로(NanoFlex Pro) 구조로 설계 유연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나노플렉스 프로는 설계 기술 최적화(DTCO) 일환으로, 칩 설계자가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워크로드에 대해 최적의 소비전력·성능·면적(PPA)을 달성하기 위해 트랜지스터 구성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A14P, A14X, A14C 등 다양한 버전의 파생 공정 기술도 순차적으로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A14P는 백사이드 전력공급을 포함한 고성능 버전이며 A14X는 성능 최적화형, A14C는 비용 절감형 모델로 각각 특화하기로 했다.
고객사의 수요 증가로 반도체 산업 전체 규모가 2030년까지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장 수석부사장은 "업계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과거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최근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수요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TSMC가 대만 남부 가오슝에 6번째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은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장(장관)의 말을 인용해 TSMC가 남부 가오슝 22팹의 P6 건설 계획이 경제부 계획안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P6 건설을 위한 부지, 용수 및 전력 등 인프라에 대한 준비도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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