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을 앞두고 쏟아내는 발언들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앞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라며 무시했던 트럼프가 이번에는 파나마를 상대로 운하 통제권 반환을 요구하는 등 연일 우방국을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현안에 대해서도 강경 기조를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후 국제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22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 단체 행사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해 “빨리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가능한 빨리 나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만남을 기다려야겠지만 우리는 그 전쟁을 끝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취임 후 최대한 신속히 푸틴과 회동해 전쟁 종식을 논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종전 압박 속에 불리한 전세에 놓인 우크라이나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20% 가까이를 점령했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현재의 전선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밀어붙일 경우 우크라이나로서는 일부 영토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전통적 친미(親美) 국가인 파나마와는 파나마운하 소유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는 파나마 정부가 미국 선박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문제 삼으며 “미국이 파나마에 운하 소유권을 넘긴 관대한 기부에 대한 도덕적·법적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파나마운하의 조건 없고 완전한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운하를 건설할 당시 자금 기반이 된 ‘매킨리 관세’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윌리엄 매킨리 전 미국 대통령은 수입품에 대해 평균 50%라는 미국 사상 최고율 관세를 부과한 인물이다. CNN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동맹국도 노리는 트럼프의 악의적 수사는 미국의 대외 접근 방식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트럼프는 1기 때에 이어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매입 의사도 재차 거론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켄 하워리 전 주스웨덴 대사의 주덴마크 대사 발탁을 알리면서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미 공군의 최북단 기지인 툴레 기지가 있는 곳이다. 트럼프는 1기 때도 그린란드 매입을 위한 특별팀까지 가동하다가 덴마크와 외교적 갈등을 빚었다.
그는 국경 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 역시 거듭 피력했다. 트럼프는 “(취임날인) 1월 20일은 진정한 미국의 해방일이 될 것”이라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추방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취임 첫날 트랜스젠더를 군대와 초중고에서 퇴출시키고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을 배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조 바이든 현 행정부와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틱톡금지법과 관련해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한다”며 “틱톡의 차트는 기록적 수준으로 한동안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틱톡의 미국 사업권 강제 매각을 두고 중국 바이트댄스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다만 상원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법안을 어떻게 취소할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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