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 기울여 듣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한강)
올해 소설가 한강은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인의 마음과 마음을 ‘금실’로 연결했다. 올 상반기 뚜렷한 작품을 내놓지 못했던 문학계는 한강의 수상으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고 지역 문학의 한계성을 딛고 전 세계 독자 사이에 강력한 존재감을 선보였다. 수상자의 작품과 성취에 대해 표하는 최고의 영예인 ‘노벨문학상’을 아직 50대 중반인 한강이 수상한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줬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는 한강의 작품을 심사하기 위해 영어 번역본 뿐만 아니라 스웨덴어, 독일어, 프랑스어 번역본을 모두 읽고 심사에 들어갔다. 그간은 지역 문학의 한계점으로 작용했던 5·18 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 또한 한강의 작품을 통해 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한강의 작품을 두고 엘렌 맛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은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는 자리를 통해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받고, 깨지기 쉬우며, 어떤 면에서는 약하지만 그럼에도 한 걸음을 내디디고,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한국문학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과 문화를 배경으로 한 서사와 표현 방식이 주목받으며, 기존 글로벌 문학적 흐름에 새로운 담론을 추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지난 10월 이후 한강의 작품은 베스트셀러 10위 내에 작품 6개 이상을 줄세우기 하며 문학 독자들의 열기에 불을 붙였다.
전 세계 출판계에서 K문학의 위상을 드높인 사건으로 올해 처음 전해진 낭보는 지난 3월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어워즈) 시 부문에서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이 꼽힌다. 한국 문학 작품으로도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첫 수상이었다. 김혜순은 수상 소감으로 “NBCC에서 시 부문이 생겨난 뒤 번역본 수상이 최초”라며 “아시아 여자에게 상을 준 것이 놀랍고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5월에 황석영 소설가가 일제강점기 노동자의 투쟁을 다룬 ‘철도원 삼대’가 영국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불발됐다. 황석영은 자신보다 아쉬워하는 독자들에게 “더 열심히 쓰겠다”며 한국 문학의 기둥으로서 계속 작품 세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차세대 작가들의 글로벌 행보도 뚜렷하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주혜 소설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은 러시아의 대표 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 외국문학상을 수상했고 미국 대형 출판사에서 선 출간된 이미리내 작가의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은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한국인 처음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일본에서 한국문학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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