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공무원은 재택근무 주1회 의무화라는데 예외가 너무 많아요. 연휴에도 눈치 보고 출근하는 마당에 어떻게 집에 있겠어요. 빛 좋은 개살구예요.”
중앙 부처 못지않게 일이 많다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 듣는다. 공직사회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일·가정 양립이 여전히 어렵다는 푸념이다.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를 내걸고 전국 최초 저출생 대책들을 쏟아내는 서울시의 이면이다.
지난달 행정사무 감사에서 드러난 육아 공무원의 현실은 심각했다. 박석 서울시의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시가 육아 공무원 주1회 이상 재택근무 의무화 정책을 실시한 후 매월 육아 공무원 1470여 명 중 500명 이상이 재택근무 제외 신청을 했다. 제도를 도입한 행정국, 노동정책을 담당하는 민생노동국에서조차 재택근무 제외 신청 비율이 50%를 넘었다. 수도사업소·병원·공원처럼 현장 업무가 다수인 산하 조직이 많은 구조적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육아 공무원 3명 중 1명이 제도를 못 쓴다면 사실 의무화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서울시는 방호직, 민원인 응대자 등이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업무 특성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제도를 못 쓰는 행정직도 많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서울시 공무원의 육아휴직률(자치구 제외)은 2022년 18.6%에서 2023년 16.5%로 떨어졌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해 각 시도에서 제출받은 자료(자치구 포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시의 육아휴직률은 16개 시도(대구시 제외) 중 12위로 하위권이었다.
재택근무와 육아휴직을 포기하면서까지 내놓은 서울시 정책들은 어떤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올해 7월부터 8월까지 서울 0~5세 영유아 양육자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29.7%만 ‘일·생활 균형시간지원정책’ 혜택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 꼴로 육아휴직 및 근로시간 단축,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각종 지원책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공무원도 못 쓰는 제도를 민간기업에서 쓸 리 만무하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서울형 산후조리 경비, 난자 동결 시술비 지원, 미리내집 등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존에 있는 지원도 못 누리는 실정이다. 눈치 안 주고 눈치 안 보는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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