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잃으면서 교육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막힌 에듀테크 기업들이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AI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이로 인해 AI 교과서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내년 신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AI교과서를 일괄적으로 도입하려던 교육부의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교육계는 AI 교과서의 사용률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교과서와 달리 교육 자료는 무상교육 대상이 아니어서 비용 부담이 크다. 저작권 절차도 까다로워 개발사의 비용이 늘고 최종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도입 의무가 없는 데다 학부모들의 반대 여론까지 더해지면 학교에서도 도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학교만 사용하게 되면 교육 격차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AI 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에듀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과목당 20억~3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는데 시장 수요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기업도 있으며 일부는 개발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교사 연수와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 올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1조2797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 예산 역시 모두 매몰비용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AI교과서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핵심 과제였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학부모와 현장 교사들의 강한 반대를 이유로 교육자료로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당은 이에 대해 평등한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뜻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사용을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방안을 시도 교육청과 함께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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