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2·3 비상계엄 사건 수사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연루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검사 대부분이 계엄 사건 수사에 투입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계엄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더라도 일정 부분 마무리되면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병행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시점과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소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은 이미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라며 “소환 여부와 절차는 수사팀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경찰에 넘기는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키려 했다는 혐의(직권남용·범인도피)로 2023년부터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고발당했다. 공수처는 국방부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윤 전 대통령의 통신 내역을 확보·분석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 왔으나 계엄 사건 수사로 인한 인력 부족 때문에 현재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돼 형사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만큼 공수처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항명 혐의로 기소됐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1월 군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점도 공수처 수사에 힘을 실어줄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등 혐의를 인정하더라도 공수처법상 직접 기소권이 없어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청해야 한다.
한편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을 내란 혐의로 수사해 각각 검찰과 군검찰에 넘겼고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 등 일부 군·경찰 간부들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이완규 법제처장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계엄 선포 다음 날 ‘안가 회동’과 관련해 내란 방조 및 증거인멸 혐의로 고발한 사건 역시 공수처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에 배당된 상태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외에도 공수처는 시민단체가 심우정 검찰총장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뇌물수수·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해 수사 중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전혀 진행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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