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지난 18~19일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다수 위원이 금리 인상을 판단할 시기가 가까워졌다고 보면서도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일단락되는 것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일본은행이 공개한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주요 의견을 보면 ‘해외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한 위원은 “일본의 기조적인 물가는 착실히 높아지고 있어 금리 인상을 판단할 국면은 가깝다”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일단락되는 것을 좀 더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른 위원도 “미국 경제는 견조하게 추이하고 있으나 차기 정권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며 “그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 등이 ‘인플레이션→금리 상승→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지만, 수출 산업을 살리기 위해 반대로 달러 약세를 지향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 경제에 대해서는 “일부에 약한 움직임도 보이지만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임금의 경우 인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내년에도 상당한 수준의 인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소비자 물가의 기조적인 상승률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재무성 측은 “일본은행이 정부와 긴밀히 연계해 물가 안정 목표(2%)의 지속적, 안정적인 실현을 향해 적절한 정책을 운영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추가 조정하지 않고 현행 0.25%를 유지하기로 했다. 9명의 참석자 중 8명이 찬성했고 1명은 0.5%로 올릴 필요성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신중론’이 우세했던 12월 회의 분위기는 19일 금리 동결 결정 후 진행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기자회견에서도 나타났다. 우에다 총재는 미국 등 해외 경제 상황에 대해 “앞으로 계속 불투명하다”면서 “차기 미국 정권의 경제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경제와 물가가 전망대로 실현되면 정책 금리를 조정하겠다”면서도 “내년 봄철 노사 임금협상(춘투)의 모멘텀 등 임금 동향과 관련해서도 좀 더 정보가 필요해 신중하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7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다. 이후 9월과 10월, 12월 회의에서 3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한편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약 5개월 만에 158엔대까지 치솟으며 ‘엔화 약세’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고용 지표가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의 금리 인상 신중론과 맞물려 엔화 매도, 달러 매수로 이어졌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15~2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1만9000건을 기록해 한 주 전보다 1000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22만 3000건)보다 낮은 수치다. 이에 미국의 장기 금리는 한때 4.64%를 기록하며 5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벌어지면 이를 이용한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가 활발해져 엔화 매도, 달러 매수가 활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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