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음식, 잦은 음주와 과식 등 식습관 변화에 따라 가슴쓰림이나 위산 역류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상대적으로 흔한 질환인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여겨 약만 먹는 경우가 많다. 만약 약물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식도이완불능을 의심해봐야 한다. 섭취한 음식물을 구강 다음으로 받아들이는 기관은 식도다. 상부 식도조임근이 이완되며 식도 체부에 도달한 음식물은 연동운동을 통해 하부 식도조임근으로 이동하고 하부 식도조임근이 이완되며 위에 도달한다. 이때 식도를 감싸고 있으면서 위에 있는 음식물과 위산 등이 식도로 다시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것이 하부 식도조임근의 역할이다. 하부 식도조임근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고 식도 연동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음식물이 식도에 정체되는 질환을 식도이완불능이라고 한다.
식도이완불능의 국내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명꼴이다.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지만 음식 섭취에 큰 영향을 끼치고 증상이 심각해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식도이완불능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삼킴곤란이다. 물을 포함한 액체나 고체 등 모든 음식물을 삼킬 때 잘 안 넘어가고 가슴에 걸리는 느낌을 호소한다. 흉통,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의 역류, 구토, 인두 불쾌감, 딸꾹질, 체중 감소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식도이완불능의 초기 증상이 역류성 식도염과 비슷해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식도에 정체된 음식물이 박테리아 등에 의해 발효되면서 젖산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위산 역류 증상으로 오인하게 된다. 식도이완불능을 진단하려면 먼저 식도 조영술을 시행해 하부 식도조임근 부위가 마치 새부리 모양으로 관찰되고 식도 체부가 확장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식도 체부의 연동 운동과 하부 식도조임근의 압력과 이완 여부 등을 측정하는 식도내압검사도 시행한다. 식도암 등 다른 질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부위장관 내시경검사도 함께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내시경을 통한 식도이완불능 진단율 자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특히 식도 확장이 심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는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도 식도이완불능의 진단을 놓치기 쉽다.
식도이완불능은 식도 근육 수축을 조절하는 신경세포 문제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 밖에 하부 식도를 침범하는 암이나 마약성 진통제 계열의 약물에 의해서도 식도이완불능이 발생할 수 있다.
식도이완불능 치료의 핵심은 하부 식도조임근의 압력을 낮춤으로써 중력에 의해 식도에서 위로 음식이 배출되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약물치료, 풍선확장술, 내시경적 근절개술, 복강경 수술요법 등이 있다. 사실 약물치료는 효과가 큰 편은 아니다. 흔히 '보톡스'라고 불리는 보툴리늄 톡신을 하부 식도조임근에 주사해 삼킴곤란 등의 증상을 약 6개월간 호전시킬 수 있으나 영구적이지는 않다. 풍선확장술은 풍선으로 하부 식도조임근 부위를 확장시켜 약화시키는 시술이다.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내시경 또는 복강경을 이용해 식도 근육층을 직접 자르는 수술적 치료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식도 근육층 절제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신 마취 상태에서 입으로 내시경을 집어넣어서 진행하는 시술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흉터도 없고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식도이완불능을 치료하지 않으면 대부분 악화된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는 경우 타액과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또는 충분히 치료되지 못한 식도이완불능에서 정체 식도염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식도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조기 치료에 나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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