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를 통과되면서 정부 서열 1·2위(대통령·국무총리)의 직무가 동시에 정지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혼란을 겪던 외교안보와 경제 등 국정에도 새판 짜기가 불가피해졌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승계했다.
한 총리 탄핵소추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조경태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재석 의원 192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탄핵안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결정족수 기준을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재적 의원 과반 찬성)로 정해 야당 의원들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했다. 우 의장은 “탄핵소추 대상자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국무총리”라며 “헌법학회와 입법조사처의 의견을 종합 검토해 의결정족수를 판단했다”고 설명다.
우 의장이 탄핵 기준을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 주위를 둘러싸고 “원천 무효” 등을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과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며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야당은 한 총리가 내란을 방조한 정황이 나오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만큼 사실상 ‘내란 공범’이라며 탄핵을 강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국민 성명에서 “내란을 완전 진압하는 그 순간까지 역량을 총결집해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통과되자 한 총리는 즉각 이를 수용했다. 한 총리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더 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고 헌재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서울정부청사를 떠나면서 “저는 직무가 정지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굳건하게 작동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권한대행은 곧장 김명수 합참의장과 통화하고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하는 한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첫 업무에 돌입했다. 최 권한대행은 대국민 담화에서 “굳건한 안보, 흔들림 없는 경제, 안정된 치안 질서 등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진행할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정계선·마은혁·조한창)에 대한 임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부부의 범죄 의혹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공포 및 12·3 내란 상설특검 후보추천 의뢰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야권에선 ‘최상목 체제’가 ‘한덕수 체제’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등 현 시국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관료 출신인 최 권한대행이 특정 정파의 손을 들어주는 정치적 모험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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