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가 변론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예측할 수 없는 대장정에 돌입했다. 국회·윤 대통령 측이 첫 대면한 변론준비기일은 사실상 큰 진척 없이 40여분 만에 종료됐다. 다만 답변, 자료 제출, 증거 신청 등 부분에서 양측 전략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국회 측은 탄핵소추 의결서에 담은 5가지 소추 사유에 집중한 속도전을 주장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국회 의결은 물론 송달 절차부터 문제 삼는 등 지연전을 예고했다. 시작부터 극과 극의 상반된 전략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7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쟁점 정리를 주도할 수명재판관으로 이미선·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심리를 진행했다. 주심은 정 재판관이다. 변론준비기일은 변론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쟁점·증거 등을 정리하는 절차다. 하지만 증인 신청은 등이 양측 가운데 한 쪽만 이뤄지는 등 40분 만에 반쪽짜리로 마무리됐다.
이날 윤 대통령 측은 첫 변론준비기일 시작 전부터 기일 연기를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쟁점·증거 정리에 대한 질문에는 ‘추후 답변서를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정 재판관이 국회가 24일 제출한 입증 계획서 및 증거 제출서 증거 자료를 확인했는지 물었으나 윤 대통령 대리인 측은 “이날 선임돼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이날 변론준비기일에서 쟁점 정리가 어렵다는 점을 거듭 주장했다. 다만 탄핵소추가 적법한지 등 출발점부터 따져보겠다는 의사는 분명히 했다. 이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되자 국회가 같은 달 14일 유사한 내용의 탄핵소추안을 다시 의결한 과정이 ‘법에 어긋난 게 아닌지’ 다투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헌재의 송달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오늘 서류를 발송했다는 사실만 듣고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안 된 상태라 (쟁점을) 정리하는 게 마땅한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특히 “형사사건, 탄핵 사건을 같이 진행하는 데 충분한 여력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 사건들이 많이 있는데 이 사건을 제일 먼저 심리하고 빨리 진행하는 데 대한 재판관들 사이의 협의가 있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일 연기 신청부터 자료 미제출 등까지 지연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 절차에는 당당하게 대응하려고 했던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준비한 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지연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추위원인 국회는 헌재에 증인 15명을 신청했다. 증인 명단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 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 15명이 포함됐다. 또 검찰과 경찰, 군검찰이 지닌 피의자들의 구속영장 청구서, 피의자 신문조서 등 서류를 헌재가 각 기관에 요구(촉탁)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자칫 헌법재판 탄핵심판 절차가 형사재판으로 변모될까 봐 우려스럽다”며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여부가 아닌 헌법 위반에 집중해 다투겠다고 밝혔다. 탄핵심판이 헌법 재판으로 엄격히 수집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죄를 증명해야 하는 일반 형사재판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는 탄핵 심판정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수괴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을 형사재판처럼 다루게 될 경우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특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 범죄의 엄격한 성립 요건에 구애받지 않고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 여부에 집중해 심리해 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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