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활주로 외벽을 들이받아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추락 당시 여객기는 항공기 머리가 들린 채 동체 착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한국공항공사와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해 외벽과 충돌했다는 내용의 사고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무원 6명, 한국인 173명, 태국인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객 175명의 성별은 남성 82명, 여성 93명이었으며 최연소 탑승객은 2021년생 남아, 최연장자는 1946년생 남성이었다. 연령대로는 50대가 40명으로 가장 많았다. 60대(39명), 40대(32명), 70대(24명), 30대(16명), 20대(10명), 10대(9명)가 그 뒤를 이었다. 10세 미만 아동도 5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9시 3분 소방당국은 사고와 관련해 최종 17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중 65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구조된 부상자 2명은 남성 1명(22세), 여성 1명(25세) 등 총 2명으로 모두 승무원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각각 목포 소재 병원들로 이송됐다가 이대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 재이송됐다.
전남소방본부는 무안공항 청사에서 현장 브리핑을 열고 “탑승자 181명 중 꼬리 칸에서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전원 사망했다”며 “여객기가 담장과 충돌한 뒤 기체 밖으로 승객들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사고 후 기체는 폭발한 뒤 엄청난 화염에 휩싸여 꼬리 부분을 제외하고 형체가 거의 없어질 정도로 전소됐다. 소방 당국은 오전 9시 46분께 초기 진화를 마치고 부상자 구조 및 사망자 수습을 진행했다. 다만 사망자들의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해 신원 확인에도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항공기는 이날 오전 1시 30분께 태국 방콕 수완나품공항에서 출발해 오전 8시 30분께 무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엔진 등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항 건물 위로 저공비행을 하던 여객기는 우측 날개 쪽 엔진에서 불꽃과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사고 당시 영상 등에 따르면 여객기는 저공비행 도중 랜딩기어(항공기를 지지해주기 위한 바퀴 등의 장치)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통상 동체 착륙은 항공기 머리 부분이 아래로 향한 채 감속하는 형태로 진행되지만 사고 여객기는 머리 쪽이 들린 것으로 파악됐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이유로는 엔진 결함이 꼽히고 있지만 당국의 정식 조사가 이뤄진 뒤에 명확한 이유가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체는 동체 바닥이 활주로에 그대로 닿은 채 10여 초간 활주로에 미끄러졌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여객기는 활주로를 이탈해 외벽을 들이받았으며 이후 굉음과 함께 폭발이 발생했다. 사고 후 기체는 화염과 연기에 휩싸였다.
사고 직전 여객기는 01번 활주로에 1차 착륙 시도를 하다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으로 인한 충돌 위험 경고를 받았다. 이후 항공기 기장은 복행(재착륙을 위해 다시 떠오름) 후 관제탑에 ‘메이데이(Mayday·조난신호)’를 선언했고 관제탑은 9시께 19번 활주로 착륙 허가를 했지만 9시 3분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를 운항한 기장은 6823시간, 부기장은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으며 지난해 2월 현 직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은 탑승객 구조와 사망자 수습, 신원 확인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남소방은 이날 오후 3시 18분께 소방 490명과 경찰, 해양경찰청, 지방자치단체, 의무소방대, 군 병력, 유관기관 등 1562명을 투입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남경찰청 소속 579명과 경찰청 본청 과학수사요원 169명 등 750명가량을 투입해 현장 감식, 신원 확인, 피해자 보호 및 유가족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현장긴급구조통제단을 구성하고 무안공항 1층에 임시 안치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전라남도는 유가족을 위해 응급 구호 세트 400개, 담요 1500개, 핫팩 1000개, 식사 800인분을 준비했다. 전담 공무원 또한 360명을 지정했다. 합동 분향소는 무안스포츠파크에 설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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