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을 떠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한 후 외벽과 충돌한 뒤 폭발해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안전사고 중 인명 피해로는 가장 큰 규모다.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에 따른 엔진 폭발 등으로 활주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해 공항 담벼락에 부딪힌 뒤 화재가 발생해 여객기 꼬리 칸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체가 전소되면서 인명 피해를 키웠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7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해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한국인 173명, 태국인 2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다. 여객기가 공항 담벼락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탑승객 다수가 외부로 튕겨져 나가고 폭발 후 화재까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 중상을 입고 구조된 승무원 2명은 꼬리 칸에서 발견돼 목포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후 각각 서울 이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 재이송됐다.
국토부 사고조사본부 등에 따르면 사고 원인은 일단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여객기 랜딩기어 문제로 추정된다. 국토부는 이날 사고 원인과 관련해 당시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줬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7분께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이 사고기에 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2분 후인 8시 59분에 사고기 기장이 메이데이를 요청했다. 메이데이는 항공기에서 발생한 긴급 상황을 알리기 위한 국제 조난신호다. 이후 사고 여객기는 오전 9시께 활주로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고 3분 후인 9시 3분께 랜딩기어 없이 내리다가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했지만 여객기가 활주로에 멈추지 못하는 ‘오버런’이 발생한 만큼 브레이크 장치 미작동 등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망자 시신은 대부분 훼손이 심해 신원 파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3차 중앙재난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오늘부터 내년 1월 4일 자정까지 7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광주·서울·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해 희생자에 대한 조의와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며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피해 수습, 유가족 지원, 부상자 치료를 비롯해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여객기 추락으로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은 1993년 아시아나항공의 해남 사고 이후 31년 만이며 저비용항공사(LCC)의 첫 대형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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