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 기종이 항공기 제조사 보잉(Boeing)의 737-800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기종이 최근 다른 국가에서도 유압 장치 또는 랜딩기어 고장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네덜란드 항공(이하 KLM)은 자사 홈페이지에 지난 28일 오슬로에서 암스테르담을 향하는 여객기 KL1204편(B737-800)이 이륙 직후 이상이 있어 토르프 산데피요르드 공항으로 우회했다고 밝혔다.
KLM에 따르면 182명을 태운 이 여객기는 큰 소음이 발생한 후 비상착륙을 위해 항로를 바꿨다. 여객기는 비상착륙에는 성공했으나 활주로를 벗어나 풀밭에서야 완전히 멈춰설 수 있었다. 착륙 과정에서 승객과 승무원 182명 모두 다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항공기는 유압 장치 고장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노르웨이 현지 언론은 여객기의 왼쪽 엔진에 연기가 나는 것이 관찰됐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항공사 측은 전날 승객들을 오슬로로 이송했고, 이날 다시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다.
현지 매체 VG는 조종사 중 한 명이 “착륙 후에 우리는 비행기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며 “비행기가 오른쪽으로 휘었고, 그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 여객기는 생산된 지 24년이 됐으며, 2000년 11월에 KLM에 인도됐다. 이 항공기는 7월31일까지 집계된 수치로는 3만8070회, 총 6만843시간을 비행했으며, 주로 단거리 노선에 배치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앞서 지난 10월11일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는 이륙 직후 랜딩기어 문제로 이륙 후 2시간 반 만에 회항했다. 승객 150명 이상을 태우고 인도 티루치라팔리 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는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공항으로 향했으나 유압 장치 고장으로 랜딩기어를 접을 수 없었다. 이후 4000피트(약 1219m) 상공에서 머물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가 결국 회항을 결정했다.
지난 7월19일에도 영국 저비용항공사(LCC)인 투이(TUI) 항공사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의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았다. 그리스 코르푸 공항으로 향하던 여객기는 결국 영국 맨체스터 공항으로 회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기종은 보잉의 높은 항공기 제작 기술과 경제성을 접목해 성공한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아시아와 유럽, 북미에서 인기가 있는 기종으로, 특히 LCC에서 단거리 해외 노선 등에 많이 쓰이고 있다. 한국에만 101대가 도입돼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4400대가 운항 중이다. 이는 전체 여객기의 약 15% 비중을 차지한다.
한편 지난 29일 오전 9시3분께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으로 착륙하던 중 랜딩기어에 이상이 생기면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 화염에 휩싸이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후미 부분에 있었던 2명의 승무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179명은 전원 사망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고의 주된 원인인 랜딩기어 미작동의 원인으로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지목됐지만 충돌 이후 항공기 양쪽 엔진과 유압 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점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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