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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사에 구금도…민주화 헌신한 'YS 동지' 김수한 전 국회의장 별세

'야당은 김수한 입으로 산다'…대변인 활약

YS와 민주화 운동…전두환 계엄사 구금 탄압

한일 민간외교관 역할도…與 "정치사에 족적"

3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빈소에서 문상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뉴스1




6선 의원을 지낸 ‘상도동계’ 원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30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동지이자 측근으로 활동한 김 전 의장은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령으로 탄압받기도 했다.

경상북도 의성이 고향인 김 전 의장은 6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대구고와 대구대(현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일제 강점기 대구고보(현 경북고)에 재학 중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퇴학 처분을 받기도 했다. 2014년 영남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당시 김 전 의장은 “지난 60여 년간 한국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1957년 민주혁신당 창당에 참여하며 정치에 입문한 고인은 1967년 제7대 총선에서 신민당 소속으로 처음 금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후 8·9·10·12·15대까지 서울 영등포을과 관악구 등에서 6선 의원을 지냈다. 15대 국회 전반기인 1996~1998년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그는 1978년 1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였던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정치적 동지로서 민주화 운동을 함께했다.

4선 의원이던 1980년에는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강제 연행돼 한 달여간 불법 구금되기도 했다. 당시 신군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 직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정치 쇄신과 사회 정화를 명분으로 정적 제거에 나섰다. 김 전 의장을 비롯해 김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총리의 측근 정치인 17명을 연행했다.

김 전 의장은 신군부의 강압에 의원직을 사퇴하고 아내 재산까지 헌납한 뒤에야 석방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올 3월 김 전 의장을 신군부가 저지른 인권침해 피해자로 인정하고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고인은 ‘야당은 김수한의 입으로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 대변인으로 정계에 이름을 날렸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신한당에 이어 신민당에서 4차례나 7년 8개월간 대변인을 맡았다. 그는 법안 편법 처리를 일컫는 ‘날치기’라는 용어를 처음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선을 끝으로 의원 생활을 마친 뒤에는 한일친선협회 회장을 맡아 민간 외교 분야에서 활동했다.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대한민국 헌정회 원로회 의장,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의장 등도 지냈다.

2015년 김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했던 김 전 의장은 “민의의 전당인 이곳 국회에는 대통령님의 숨결이 도처에 배어 있다”면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어 있던 겨울공화국 치하에서 조국 땅, 역사의 현장을 지키며 생명을 던져 처절하게 저항하는 대통령님의 모습은 모든 민주 세력들에게 무한한 감동과 용기의 원천이 됐다”고 울먹이며 역설해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게 했다.

유족으로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남 김성동 씨, 김숙향 전 개혁신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 등 2남 4녀가 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각계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고인께서는 어디서든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의미의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좌우명으로 삼고 현대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셨다”고 추모했다.

발인은 내년 1월 3일, 장지는 대전 현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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