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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서야 왔나"…11시간 만에 모습 드러낸 제주항공 경영진, 유가족들 분노

제주항공과 모회사 애경그룹 경영진들 29일 7시 50분께 무안공항 방문

김이배(왼쪽)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전날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들을 만나 사과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 11시간 만에 제주항공 경영진이 현장을 찾아 유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고준 AK홀딩스 대표 등 제주항공과 모회사 애경그룹 경영진들은 29일 오후 7시 50분께 무안국제공항에 방문해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피해자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한 이번 사고로 깊이 사죄드린다”며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일부 유가족들은 경영진들이 지나치게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유가족 임시 대표를 맡은 박한신 씨는 김 대표와 채 부회장을 향해 "제주항공 관계자를 아까부터 찾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11시간 만에 나타나서 뭐하자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미리 와서 석고대죄라도 해야 할 상황인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자신들의 가족이 희생자라도 이렇게 늑장 부릴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초기 대응 인력을 꾸리며 정부 조사를 지원하고, 서울에서 브리핑도 하고 오느라 늦었다"라며 "260명의 지원 인력을 무안으로 보내 유가족에게 배정한 뒤 장례까지 모든 절차를 지원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정석 제주항공 기획본부장은 "일찍 도착해서 현장대책본부 꾸리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었다"라며 "유가족분들이 요구하신 사항 책임지고 지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이날 현장을 찾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에게도 비판을 쏟아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7시30분께 유가족들이 대기 중인 무안공항 2층에서 "국토교통부가 (이번 사고의) 가장 책임이 크다"라며 "책임을 피하지 않고, 국토부 차원에서 사고 원인 조사를 신속하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계속 신원 확인 중이라는 응답만 받았을 뿐"이라고 반발했다. 유가족 A씨는 "우리가 궁금한 부분을 물어볼 상황실 꾸려달라고 온종일 요청했음에도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라며 "브리핑을 열어도 계속 신원 확인하고 있다는 똑같은 답변만 하는데 너무 속이 탄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는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을 출발해 29일 오전 9시3분께 무안 공항에서 추락했다. 착륙 장치인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아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공항 구조물에 충돌했다. 이 항공기에 타고 있던 181명(승무원 6명) 중 총 179명이 사망했다. 승무원 2명은 구조돼 서울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망자 179명 중 30일 오전 7시 25분 기준 140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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