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정부가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해돋이·해넘이 등 연말연시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재계도 연말 송년회나 신년회는 물론 소비 진작을 위해 계획했던 각종 캠페인을 중단하거나 연기했다.
서울시는 31일 오후 11시부터 내년 1월 1일 오전 1시까지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리는 ‘제야의 종’ 행사를 대폭 축소한다고 30일 밝혔다. 행사는 타종식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참석하지 않은 채 민간 인사 중심으로 진행한다.
제야의 종 행사에서 예정됐던 ‘빛의 타워’ ‘사운드 스케이프’ 등의 공연은 하지 않으며 타종 순간 보신각 뒤 지름 30m의 태양이 떠오르는 ‘자정의 태양’을 보며 조의를 표하고 애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애도 기간 중 ‘서울윈터페스타’를 비롯한 연말연시 행사는 취소하거나 조용한 분위기로 축소 진행하고 시청 본관 앞 정문에는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한다. 서울 각 자치구들도 축하 공연, 신년 인사회 등을 취소하고 애도 기간 전 직원에 근조 리본를 패용하도록 했다. 부산시도 내년 1월 1일 새벽 용두산 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새해 타종 행사를 취소하고 시청 1층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한다.
전국 명소에서 예정된 해돋이·해넘이 행사는 대부분 열리지 않는다. 충남 세종·태안 등이 예정했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드론쇼와 불꽃쇼 등을 취소했고 서천군도 마량진항에서 열려던 해넘이 행사, 새해 첫날 0시부터 진행할 예정이던 불꽃놀이와 떡국 나눔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연말 관광객 유치에 나섰던 제주도 31일 예정된 제야의 용고타고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서귀포시는 1일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열려던 ‘서귀포 겨울 바다 국제 펭귄수영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제주 지역 호텔들도 연말 카운트다운 행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해맞이 명소가 많은 강원도의 지자체도 불꽃놀이·공연 등을 취소하거나 축소한 채 떡국 시식 등 의례적인 절차만을 진행하기로 했다. 31일 예정된 경북 포항~강원 삼척 동해중부선 개통식도 전면 취소했다. ‘제야의 올림픽 대종 타종 행사’를 열려던 평창군도 축하 공연 없이 타종식만 하는 등 행사를 간소화한다.
경기도는 1일 수원시 서장대 일대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새해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고 화성시는 3일 예정된 ‘특례시 출범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인구 100만 명을 넘어선 화성시는 내년 1월 1일부터 특례시가 된다.
한반도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 새해 해맞이를 비롯해 영남권·호남권 지자체들의 주요 연말연시 행사도 대부분 취소됐다.
경제계도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참사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애도 메시지를 냈다. 또 이날 임직원 20여 명이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 골목 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할 예정이었지만 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내년 1월 3일 예정된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도 참사 피해자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는 등 애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각 지역 경제단체들도 송년회나 신년회를 취소 또는 연기한다. 개별 기업들은 연말 연초 이벤트를 취소하고 사고 관련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그룹은 매년 31일 자정 전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하는 카운트다운 행사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중구청 주관으로 준비한 명동 본점의 ‘카운트다운 쇼 라이트 나우’ 축제도 전면 취소한다. 이외에 각 업체 부서마다 회식이나 신년회 등을 미루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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