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하는 등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31일. 윤 대통령이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이른 오전부터 각종 피켓을 든 시민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체포영장 발부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진보단체 지지 측 시민들은 이달 진행됐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 당시 들었던 피켓을 다시 꺼내들고 한남동 관저 앞을 찾았다. 시민들은 ‘반란수괴 윤석열 체포’, ‘윤석열 퇴진’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을 향해 연신 “퇴진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도로 반대쪽에는 윤 대통령 지지단체가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이달 통과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이날 발부된 체포영장이 무효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내란범’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 양 측 집회 참가자들은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욕설과 고성을 내뱉었다. 관저 인근에 배치된 경찰은 집회 참석자들을 진정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중년 여성은 진보 측 집회 장소에 들어가 진보 유튜버와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내 진보 측 지지자들은 중년 여성을 둘러싸고 “여기 와서 왜 그러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년 여성도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대응했다. 경찰은 중년 여성을 데리고 나와 보수 측 집회 장소로 인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 집회 참석 인원은 빠르게 늘어나 이내 한남동 관저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오전 11시 15분께 경찰 기동대 버스 한 대가 도착해 관저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온 인원으로 인식해 몰려가 “못 지나간다”며 버스를 가로막았다. 경찰은 연신 “직무를 방해하지 말고 진정하라”며 방송을 내보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함께 청구한 수색영장도 발부됐다. 체포영장에는 윤 대통령에 대해 ‘내란수괴’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영장 집행 기간은 내년 1월 6일까지다. 체포가 이뤄진다면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할 예정이며, 공수처는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한다.
공수처는 공조수사본부를 함께 꾸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과 함께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공수처는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 체포 시 경찰기동대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처와 조율을 따로 하지 않았다”며 “여러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으나 집행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이 무효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31일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청구해 발부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은 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수사권한 문제 등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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