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을 동영상으로 담아낸 목격자가 사고 당시 여객기가 충돌 직후 300m 밖까지 어마어마한 열기가 전해졌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난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지난 29일 오전 9시3분께 제주항공 7C2215편 사고 장면을 촬영하게 된 정황을 밝혔다. 이씨가 최초로 사고 여객기를 목격한 것으로 기억하는 시간은 이날 오전 8시40분으로, 이씨는 평소에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려 곧바로 활주로가 들여다보이는 곳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씨는 7년째 같은 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해 매일 아침 항공기가 착륙하는 모습을 보고 출근했지만, 그날따라 이상함을 감지했다고 한다. 이씨는 “영업 준비를 하던 중 ‘쾅쾅쾅’ 소리가 한 서너 번 정도 났다”며 “밖으로 나가서 보니까 비행기가 착륙하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활주로 쪽 방향이 아닌 이상한 방향으로 착륙을 하려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바람 방향에 따라 (항공기 착륙 방향이) 변동이 있긴 하지만, (7년간) 단 한 번도 우리 가게 방향으로 오지 않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가게 방향으로 비행기가 오고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바로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평소와 달리 비행기의 회전 방향이 상당히 작게 선회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촬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200~3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씨가 촬영한 영상은 여객기가 활주로에 동체 착륙한 뒤 활주로 외벽과 부딪히는 장면으로, 사고 직전 상황과 사고 이후 피해 규모를 잘 보여준다. 이씨가 기억하는 사고 당시 시간은 총 3분 여정도로, 그는 “영화 찍는 것처럼 너무 크게 ‘쾅쾅쾅’ 소리가 나면서 그 이후에 마치 사우나처럼 뜨거운 열기가 가게에까지 전해졌다”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사고 직후 약 10초에서 15초 사이에 소방차가 활주로를 이용해 출동했다.
이씨가 기억하는 또 다른 특이사항은 항공기가 착륙할 때 사용하는 바퀴인 ‘랜딩기어’(착륙 바퀴)가 사고 여객기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랜딩기어 미작동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씨는 “평소에 하루에도 몇 번씩 조그마한 비행기든 큰 비행기든 항상 특정 지점에서 랜딩기어를 봤는데, 이번에는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무안공항 관제탑은 오전 8시57분께 사고 여객기에 조류 충돌 경고를 보냈고, 2분 후인 59분께 기장이 ‘메이데이’ 선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이씨는 “요즘 철이라 오리 떼들을 많이 목격하긴 했다”면서도 “그런데 (쾅쾅쾅) 소리 나고 1~2초 정도 지난 다음에 밖을 쳐다봤는데 비행기 주변에 새들은 안 보였다. 다만 육안으로 봤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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