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법원이 발부한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경찰 등과 협의해 결정하겠지만 최종 목표는 ‘집행’이라는 취지다. 특히 체포 과정에서 경찰 기동대 투입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이 ‘불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체포영장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비상계엄을 둘러싼 내란 수사 칼날이 최정점으로 향하면서 양측 사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모습이다.
공수처,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에 적시된 죄목이 “내란 수괴(우두머리)와 직권남용”이라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의 체포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으며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허가한 영장 유효기간은 2025년 1월 6일이다. 다만 영장이 집행되지 않을 경우 법원 허가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에 성공할 경우 정부과천청사 또는 인근 경찰서에서 피의자 조사를 거친 뒤 서울구치소에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윤 대통령 체포 이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도 결정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 체포 이후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즉시 석방해야 한다.
공수처가 이날 가장 강조한 건 집행과 협의다. 공수처는 구체적 집행 방법은 물론 경호처와 충돌 가능성에 대해 “경찰 국수본과 협의할 문제로 현 단계에서 밝힐 게 없다”면서도 최종 목적이 체포영장의 집행이라는 점을 재차 언급했다. 체포·수색 영장이 동시 발부됐고 향후 대통령경호처에 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공무 집행 방해에 해당한다는 경고성 공문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경찰 국수본과 경찰기동대의 지원을 받는 방안 등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향후 폭넓은 수색으로 윤 대통령을 체포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현재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른 장소에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체포·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의미다. 또 사전 공문으로 대통령경호처와의 충돌을 방지하겠다는 뜻도 내포한 듯 보인다. 법원이 혐의 소명은 물론 수사 가능성까지 인정한 만큼 윤 대통령 체포에 한층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이는 “발부 자체가 수사권 여부에 대한 판단이라고 본다”는 공수처 관계자의 발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만 체포영장 집행 전 윤 대통령 측과 사전에 일정을 조율하거나 추가로 자진 출석 여부를 타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수 있으나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만큼 집행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통령경호처와의 사전 조율에 대해서도 “사전 조율이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 소식에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이 불법임이 틀림없다. 법원 결정에 유감”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체포영장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체포영장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제출할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군사작전하듯 밤 12시에 영장을 청구하고 1심 재판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영장 쇼핑하듯 이례적으로 서울서부지법에 가서 청구했다”며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에서 청구한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이 놀랍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한 불법 체포영장인 만큼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영장 발부가 반드시 옳은 것이고, 틀린 것이 없다는 게 아니다. 법원 판단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불복할 수 있지 않느냐”는 윤 변호사의 발언이 뒷받침한다.
한편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여야 사이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직 대통령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거나 도주 우려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더구나 (국가) 애도 기간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영장 청구도 공수처에 대응하는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있는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부분도 대단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영장을 차질 없이 집행해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은 “법 앞에 국민은 평등하고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수사기관은 즉시 영장을 집행해 내란을 즉시 진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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