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1시.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은 헌화를 하러 온 추모객들로 가득했다. 근조(謹弔) 글씨가 써져 있는 검은색 현수막은 바로 옆에 흰색 가림막으로 가려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과 대비돼 더욱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맞은 시청역 인근 직장인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분향소에 조화 한 송이를 올리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서고 있었다. 추모객들은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한 번에 10여명 씩 분향소로 들어가 헌화와 묵념을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추모객들은 하나같이 굳은 표정으로 하염없이 위패를 바라보거나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일부 시민은 헌화를 하던 중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함께 온 조문객의 부축을 받으며 나간 시민에게 자원봉자사들이 위로와 함께 휴지를 건네기도 했다.
이날 시청역을 찾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전남 목포 출신 장 모(42) 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부모님도 최근에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해 외국에 나갔다 왔고, 가족들도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남 일 같지 않았다”라며 “조금이라도 희생자의 넋을 기릴 수 있을까 해서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약속을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분향소를 찾았다는 30대 윤 모 씨는 “즐거워야 할 연말에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사고 당일 아침부터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지나가던 길에 분향소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답했다.
2년 전 시청역 앞에 설치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합동 분향소를 떠올리는 추모객도 있었다. 이른 아침 강원도 춘천에서 출발해 이곳 분향소를 찾았다는 이 모(20) 씨는 “2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분향소가 설치됐을 때 다시는 이런 합동분향소가 생길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다”라며 “최근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사고 소식을 듣고 ‘이런 사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거운 마음을 갖고 추모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 씨와 함께 분향소를 방문한 유 모(20) 씨는 “최근 잇따라 대형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신원확인 등 유가족을 위한 조치가 늦어지고 있는데, 정부나 관계기관이 더욱 신경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사고 장소 인근인 무안국제공항 1층 2번게이트 정면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되는 등 전국적으로 추모객을 위한 장소가 마련되고 있다. 무안공항 사고 장소 옆 철조망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손편지와 술잔 등이 놓였다.
한편, 이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활주로 외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 중 역대 최대 피해 규모에 해당한다. 경찰과 소방은 유가족을 지원하고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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