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광주에서 치과를 운영하던 50대 치과의사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31일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 등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광산구 흑석동에서 치과의원을 운영 중인 50대 이모 원장이 지난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이 원장은 조선대 치대를 졸업하고 치과를 개원해 1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과거 지역대학의 치위생학과에서 겸임·초빙교수로 활동하며 실습 기자재와 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했고 노인복지관에서 무료 진료를 하는 등 지역사회에 온정을 베풀어 온 인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인한 원장님 부고로 진료를 중단합니다"라는 안내글을 써 붙이면서 비보를 접한 환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왔다고 밝힌 환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추모글이 확산하면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원장의 부고 소식을 알리며 “듣고 싶지 않던 소식이 왔다. 저희 첫째, 둘째 (아이를) 그동안 친절하게 진료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첫째 앞니가 살짝 색깔이 달라서 걱정했는데 '커서 여자 친구 만날 때 예쁘게 해주면 된다'면서 3개월 뒤에 보자고 (하시며) 웃으셨다. 과잉진료 안 하시고 애들 예뻐해 주셔서 환자가 붐비던 곳. 그동안 감사했다"며 "우리 아이들도 소식 듣고 너무 슬퍼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이 원장이 운영하던 치과를 초등학생 때부터 다녔다고 밝힌 B씨의 사연도 올라왔다. B씨는 "(이 원장은) 정말 좋은 분이었다. 2주 전에 건강검진 갔는데 '이상 없다'는 한 마디 그 뒤로 부고 문자를 받았다"며 "정말 일만 하셨다. 휴일도 일주일에 딱 하루였고 혼자 진료하셨다. (소식 듣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고인은 개인적인 일정으로 태국에 다녀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치과의 네이버 지도 '방문자 리뷰'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치과계도 이번 사고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애도에 나섰다. 치협 광주지부는 무안국제공항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형 현수막을 지부회관에 설치하는 등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 원장의 부재로 인해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된 환자들이 인근 치과로 전원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자 지역 내 동료 치과의사들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치협도 서울시 성동구 치협회관에 조기를 게양하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한편, 무안국제공항에 합동분향소가 마련되는대로 단체조문을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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