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를 구축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미온적 태도에 탄핵 심리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헌재는 신속·공정 재판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탄핵 문서 송달부터 2차 변론 준비 기일을 하루 앞둔 2일까지 윤 대통령 측은 국무회의록 등 심리에 필요한 서류를 단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헌재는 3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두 번째 변론 준비 기일을 진행한다. 변론 준비 기일은 향후 심리를 위한 준비 절차로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이 쟁점과 증인을 정리한다. 준비 기일은 수명재판관인 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이 진행한다.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탄핵 심판 사건을 우선 심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열린 헌재 시무식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임기를 107일 남긴 재판관의 쓴소리”라며 “사건 부분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계선·조한창 신임 헌법재판관의 취임으로 헌재가 8인 체제를 구축해 윤 대통령 탄핵 심리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배보윤 변호사를 대표대리인에 지정하는 신청서 외에 심리에 필요한 서류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날 정기 브리핑에서 천재현 헌재부공보관은 “대통령 심판과 관련해서 31일 이후 당사자가 추가 제출한 서류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첫 변론 준비 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헌재의 송달 과정 및 탄핵 소추의 적법 여부를 두고 서면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계엄 선포의 경과,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 발표 등 관련 내용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재판부에 답했다.
윤 대통령 측이 탄핵 심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헌재가 추가로 변론 준비 기일을 열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심리 때도 세 번의 변론 준비 기일이 진행됐다. 다만 당시 탄핵 소추 사유가 13개에 달해 쟁점이 복잡했기 때문에 증거 자료와 증인 신문을 정리하는 과정도 오래 걸렸다. 이에 반해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유는 4개에 불과하다.
한편 이날 취임한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은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헌정 질서 수호의 의지를 밝혔다. 조 재판관은 “정치 영역에서 해결될 다수의 문제가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기관의 합의로 해결되지 못한 채 사건화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재판관도 “초유의 사태 속에서 중지를 모아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할 때”라며 “헌법재판소의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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