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중심가에서 인파를 트럭으로 치어 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용의자가 국제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로부터 영감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반(反)이민정책과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국정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IS 재건과 테러’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캠프데이비드에서 “용의자가 범행 몇 시간 전 ISIS(IS를 미국이 가리키는 명칭)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며 “용의자가 해당 영상에서 살해 의지도 드러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3시 15분께 뉴올리언스의 번화가에서 픽업트럭 한 대가 새해맞이를 나온 인파 속으로 돌진해 현재까지 15명이 사망하고 35명 이상이 다쳤다. 용의자는 차량에서 내려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숨졌다. 용의자가 몰던 차량에서 IS 깃발과 무기, 사제 폭발물 등이 발견됐다. CNN에 따르면 용의자는 미국 텍사스 출신 시민권자 샴수드딘 자바르(42)다. 미국 시민인 자바르는 10여 년간 미 육군에서 복무를 마친 뒤 두 차례의 이혼과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이슬람교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사건 발생 5시간 뒤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호텔 앞에서도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폭발해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는 점에 주목하고 두 사건의 관련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에 사용된 차량 모두 개인간(P2P) 차량공유 플랫폼 ‘투로(Turo)’를 통해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우리는 전에 이런 일을 본 적이 없고 (이번에는) 테러 같아 보인다(an act of terrorism)”고 적었다. 차량을 활용한 대규모 살상 범죄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브리티시메디컬저널을 인용해 2019년까지 약 50년 동안 행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257건의 차량 공격 중 71%가 마지막 6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달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앞에 ‘IS 재건’이라는 난제가 주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는 뉴올리언스 차량 테러 직후 트루스소셜에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범죄자들이 미국에 있는 범죄자들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했을 때 민주당과 가짜 미디어는 반박했지만 사실로 밝혀졌다”면서 이번 사건을 불법 이민자 범죄와 연결 지었다. 하지만 용의자가 퇴역 군인 출신의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공개되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우선적으로 추진하려던 불법 이민자 문제보다 이번 사건이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배후가 IS로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출생 때부터 미국인인 퇴역 군인이 테러를 벌인 것은 현지인을 급진적 사상에 물들게 하고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로 만드는 IS의 전술과 비슷하다. 수니파 계열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는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을 통제하며 기승을 부렸지만 2019년 미군과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 등에 패하며 세력이 크게 약해졌다.
특히 전문가들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서 권력 공백을 틈타 IS가 재기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CNN은 “지난 몇 달간 전문가들은 IS의 외로운 늑대 포섭 시도에 대해 경고했다”며 “미국의 대테러 분석가들이 IS의 전략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대대적인 정부 개편으로 FBI의 규모 및 권한이 축소되면 IS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미국의 대테러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타임스는 “이슬람 지하디스트 그룹과 시리아의 불안정한 상황이 트럼프 당선인의 결재 서류함을 채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취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발생한 끔찍한 테러는 미국 내 안보를 다시 주목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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