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명칭을 둘러싼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번 참사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라고 일컫기로 일찍이 못 박았으나 일부 유튜버나 누리꾼은 ‘무안공항 참사’로 불러야 한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3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등은 참사 초기부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는 문구가 적힌 배너를 누리집에 게시했다.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광주시와 전남도, 희생자와 유가족이 거주하지 않는 나머지 지자체도 같은 명칭으로 참사를 명명하고 애도의 글을 누리집에 게재했다.
명칭이 이렇게 정해진 건 국제연합(UN)이 설립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 이 기구는 통상 항공사와 항공편을 넣어 여객기 사고를 분류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고 또한 원칙적으로는 ‘제주항공 2216편 사고’로 불러야 한다.
예컨대 2002년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서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29명이 숨진 사고 또한 ‘중국국제항공(Air China) 129편 추락사고’라고 명명했다. 이 사고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전에 국내 민간항공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냈으나 ‘김해공항 사고’로 불리지 않는다.
그러나 몇몇 유튜버와 누리꾼은 이번 참사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안공항 참사’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모습이다. 일부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용어까지 써가면서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지역 주민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항에만 사고 책임을 돌리는 명칭을 사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보잉 737 기장 출신인 고승희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 명칭의 정답을 말하라면 ‘제주항공 2216편 사고’가 맞다”며 “여기에 굳이 공항 이름을 넣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 조심스럽지만, 이번 사고 영상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며 “사고 원인이 복합적일 것으로 보이는데 딱 하나만 꼬집어서 잘못됐다고 하긴 어렵기 때문에 밝혀지기 전까지 명칭을 두고 다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앞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악성 온라인 게시글이 확산하자 이를 심각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전날 국수본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악성 게시글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전국 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꾸려진 전담 수사팀에는 수사관 118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참사 희생자 관련 명예훼손 혹은 모욕성 게시글·영상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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