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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타인의 고통에 대한 예의

연승 문화부 차장





지난해 12월 29일 일요일 오전 9시쯤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락했고 2명이 구조됐다는 속보가 처음 나왔다. 사망자 수가 47명, 62명, 82명, 124명으로 늘어났고 결국 179명이 사망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이어졌다.

이후에도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보도됐다. 버드 스트라이크 관리·정비 문제, 랜딩기어 이상 가능성,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로컬라이저 등은 이번 참사가 인재였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고 가능성을 높여 놓은 문제 앞에서 최선을 다했던 기장과 부기장의 사투에는 가슴이 먹먹하다 결국 답답함으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제 살았다’ 싶었던 순간에 둔덕에 부딪혀 폭발한 여객기. 최선과 의지는 안전 불감증에 걸린 시스템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나, 최선의 노력을 어떻게 이렇게 허망하게 만들 수 있는지 등 깊은 회의에 빠진 건 기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후 더욱 깊은 회의가 찾아왔다. 유가족에 대해 “보상금 받을 생각에 싱글벙글할 것”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막말과 ‘가짜 유가족’이라는 가짜 뉴스 등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인간에게 과연 선의가 있는가 의문마저 들었다. ‘집에 다 왔다’고 생각하며 가족·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설레는 마음으로 챙기려던 이들이 뜨거운 화염 속에서 고통스럽게 숨을 거뒀는데 고통에 공감하고 애도하기는커녕 조롱을 하는 마음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시상식 주간에 “계엄군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광주 시민들과 헌혈을 하려고 긴 줄을 선 광주 시민들을 보고, 인간의 참혹함과 존엄함이 어떻게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며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깊은 의미라고만 생각했던 작가의 이 말을 이번 참사에서 진정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알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애도하고 음식을 준비해 나르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한 명도 병원에 오지 못했다’며 비통해 한 한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 등에서는 인간의 존엄함을, 고통에 공감하기는커녕 악한 말들을 퍼붓는 이들에게서는 참혹함을 느낀다.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다. 애도에는 유효기간이 없지만 이 기간만이라도 타인의 고통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존엄함이 더욱 많이 드러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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