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줄서기·버티기에 가로막힌 혁신…공직사회 폐단 꼬집은 '내부고발'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공무원 같다’는 말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칭찬으로 여겨지는 말은 아니다. 열정 없이 현상 유지만 추구하고, 그러면서 쓸데없는 규칙으로 점철된 가짜 노동을 하는 데 집착하는 노동자를 ‘공무원 같다’고 말한다. 공직 사회에 대한 조롱인 셈이다.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은 서울대학교 재학 중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3년까지 근무하다 서기관 승진 후 사표를 내던진 1987년생 ‘전직 공무원’의 내부 고발서다.

이 책은 도발적이고 논쟁적이다. 그의 눈에 자신이 몸 담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무원들은 국민의 공복을 자처하면서 권력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인물로 비쳐졌다. 1급 공무원은 ‘관료의 꽃’으로 불리지만 정작 별 역할은 없는 사람들에 불과해 보였다. 저자는 공직에 발을 내디딘 직후 ‘아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세월을 버티기만 하면 정해진 승진과 적당한 명예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공직에서는 성과 평가와 승진의 기준이 ‘누구를 얼마나 가까이에서 보좌했는가’이다”라며, “이러한 분위기는 조직 내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이나 혁신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특히 납세자인 독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예산의 비밀’과 ‘관료의 기술’이다. 저자에 따르면 문체부는 오래 전부터 현재 1% 초반인 국가 전체 예산 대비 문화 재정을 선진국 수준인 2%까지 늘리기 위해 애써 왔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사업 구조를 효율화 해 예산을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사람은 칭찬이 아닌 질책을 받는다.

예산을 늘리는 것 자체가 목표인 상황에서 영리한 관료는 오히려 무능한 직원으로 낙인 찍히는 것이다. 저자는 ‘공무원들은 각종 사업비 안에 연구용역과 위원회 운영 예산을 교묘히 녹여 반영해 예산 각목 명세서를 하나하나 뜯어 보아도 관련 예산이 어디에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 외부에서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심지어 예산을 심의하는 기재부 담당자조차 알 수 없도록 교묘하게 이를 반영한다는 것. 이같은 공직의 조직적 모순은 결국 ‘호날두 노쇼’와 ‘선동렬 감독 논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세상을 뒤흔들었던 엄청난 사건들로 이어진다.

저자의 이 같은 목소리는 한 개인의 주장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110만 명 규모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공직 사회의 한계와 폐단을 끄집어낸 그의 날카로운 지적은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1만8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