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체포영잡 집행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단순히 경찰·공수처 수사관들로만 구성된 체포 영장 집행 전략으로는 200명 이상에 달하는 대통령 경호처 방어선을 뚫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경호처는 공수처가 관저 시설을 부수고 직원을 다치게 했다며 영장 집행에 더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데 대해 “경호처에 대한 지휘감독자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경호처 공무원들의 경호가 지속되는 한 영장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자력으로 윤 대통령을 체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공수처 체포조는 전날 오전 6시께 정부과천청사를 출발해 오전 7시 14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에 도착했다. 공수처 수사관 30여 명과 경찰 120여 명은 1·2차 저지선을 뚫고 관저 건물 앞까지 가는 데는 성공했다. 체포조는 관저 200m 앞까지 접근했지만 군인과 경호처 직원 200여 명과 일부 크고 작은 몸싸움 끝에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호처는 공수처의 영장 집행 방식에 크게 반발했다. 추가 영장집행 협조도 사실상 거부했다. 경호처는 “공수처와 경찰이 군사 기밀 시설을 시설장의 허가 없이 출입문을 부수고 심지어 근무자에 부상을 일으켜 매우 유감”이라며 “역대 정부에서 그랬듯 대통령에 대한 경호 임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경호처의 반발도 심한 만큼 최 권한대행이 영장 집행에 응하라고 해도 경호처가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공수처와 경찰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와 경호처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경찰은 영장집행을 막은 박종준 경호처장을 현행범 체포하려 했지만, 공수처가 무력 충돌 등을 우려해 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은 체포영장 집행 주체인 공수처와의 조율이 필요해 이를 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공조본은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한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차장을 특수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이달 4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공수처는 영장 기한 연장이나 사전구속영장 청구 등 후속 조치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경호처가 강경하게 막아서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강제수사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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